타는 열정으로…‘사냥개들’ 우도환·이상이 [쿠키인터뷰]

타는 열정으로…‘사냥개들’ 우도환·이상이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6-23 06:00:19
‘사냥개들’ 속 배우 우도환(왼쪽)과 이상이. 넷플릭스

복싱 선수는 주먹을 주고받으며 상대의 삶을 가늠한다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냥개들’의 김건우(우도환)와 홍우진(이상이)도 그렇다. ‘성실함만큼은 자신있다’고 말하는 건우는 자동차 바퀴로 주먹을 단련해 강력한 오른쪽 훅을 가졌다. 잔꾀 많은 우진은 속도와 심리전에 강하다. 온몸으로 느낀 서로의 역사가 마음에 와닿았던 걸까. 경기가 끝난 뒤 건우와 우진은 금세 단짝이 된다. “돈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냐”던 우진은 “복서의 심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우의 말에 헛웃음을 짓지만, 훗날 “사냥개가 된 것 같다”며 좌절하는 건우에게 복서의 심장을 일깨운다.

배우 우도환과 이상이는 ‘사냥개들’을 촬영하며 건우·우진만큼이나 급속도로 친해졌다. 한 살 차이 두 배우가 한 작품에서 호흡을 나누기는 이번이 처음. 우도환은 “상이 형은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상이는 “작품을 향한 도환이의 열정과 집념이 대단했다”고 돌아봤다. ‘사냥개들’이 비영어권 TV부문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우도환과 이상이를 서울 역삼동과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배우 우도환. 넷플릭스

우도환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

“보냈다.” 우도환은 전역을 6개월 앞둔 상병 시절 김주환 감독에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누구를 보냈느냐고 묻자 대본을 보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냥개들’ 대본이었다. 김 감독과 영화 ‘사자’를 함께 작업하며 우정을 쌓은 우도환은 가타부타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전역 다음 날인 지난해 1월6일 시작한 촬영은 주연배우 김새론의 음주운전 등 우여곡절을 겪고 7개월 만에 끝났다. 우도환은 “20대 초반부터 액션물을 찍고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액션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을 할 거라곤 상상 못 했다”고 했다. 그는 ‘근육 갑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내달라’는 감독의 요청에 근육량만 10㎏를 늘렸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3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떼액션’. 건우와 우진이 조폭 수십 명을 상대하는 장면인데, 비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 이 한 장면을 찍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턱선 덕에 청부살인업자(영화 ‘마스터’)나 조직폭력배(KBS2 ‘우리 집에 사는 남자’) 등 강렬한 역할을 자주 맡았지만, ‘사냥개들’ 속 우도환은 어느 때보다 순한 얼굴이다. 그는 건우를 “때론 답답해 보여도 자신의 착한 마음을 주변으로 전파하는 사람”으로 봤다. 목숨이 오락가락할 때조차 욕설 한 번 뱉을 줄 모르는 건우를 “악의라곤 하나도 없이 새하얗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건우는 신념이 올곧아 멋있는 친구였어요.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이렇게 힘든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데 감독님과 저 모두 동의했죠. 저랑 건우가 얼마나 닮았냐고요? 일단 전 건우처럼 그렇게 순박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우도환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래도 성실함만큼은 건우 못지않다고 우도환은 덧붙였다. 그는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고 믿는다. 2011년 MBN 시트콤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에서 단역으로 데뷔해 차근차근 성장해오며 몸으로 깨달은 진리다. 우도환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작은 일이라고 대충 했다간 큰일을 만났을 때도 기회를 잡지 못한다. 단역일지라도 대사 한 줄, 서 있는 자세조차도 나만의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앞만 보고 달리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애ㅜ 이상이. 넷플릭스

이상이 “존재감만큼은 잃지 않고 싶다”

유능한 예능 PD이자 웃음을 잃지 않는 휴머니스트(tvN ‘갯마을 차차차’), 짝사랑 상대에게 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는 무역회사 대표(KBS2 ‘오월의 청춘’), 사랑의 열병을 앓는 천재 작가(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지난 몇 년간 이상이가 TV와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신사의 정석이었다. 다정하고 따뜻한 데다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캐릭터로 뭇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런 그에게 홍우진은 글자 그대로 도전이었다. “나비처럼 날아와 벌처럼 쏘는” 복서 우진이 되기 위해 3개월간 몸을 관리해 체지방률을 7%까지 낮췄다. “지금은 그때만큼 식단관리를 못 한다. 오늘도 빵을 세 개나 먹었다”며 웃는 이상이에게선 ‘탈 다이어터’의 기쁨이 느껴졌다.

이상이는 ‘갯마을 차차차’를 촬영하던 중 ‘사냥개들’ 출연 제안을 받았다. 우진은 한때 인천에서 어둠의 세계에 몸을 담았다가 해병대에 입대해 개과천선한 사나이. 이상이는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화려한 의상을 몸에 둘러 우진의 “양(아치)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가정사가 자세히 서술된 건우와 비교해 우진의 서사는 느슨하게 소개됐지만, “과거 사연을 채우기보단 어떻게 악당에 맞설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귀띔했다.

요즘 이상이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합을 맞춘 배우 김유정과 SBS ‘마이데몬’을 촬영 중이고,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 공개도 앞뒀다. 이상이는 “배우는 연기할 땐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작품을 해석하지만,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진 다른 사람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며 “그렇기에 배우로서 나의 존재감만큼은 잃지 않고 싶다.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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