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4)
장마에 시작된 홍수 대비공사…“1년여 방치, 작년보다 더 위험”

장마에 시작된 홍수 대비공사…“1년여 방치, 작년보다 더 위험”

포항시 냉천 범람 재발방지 공사 지난 19일에서야 시작
“지금 상태라면 지난해보다 더 위험”…인근 주민 불안
전문가 “불필요한 절차 없애서 공사 빠르게 진행해야”

승인 2023-06-29 0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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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포항시 남구 냉천의 모습.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이 겨우 흐를 정도로 수심이 얕다. 사진=포항환경연합 제공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냉천 범람 재발 방지를 위한 공사가 장마철이 시작된 지난주에야 시작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다. 흙을 깎아 만든 산업단지는 빗물에 휩쓸려 산사태가 일어났다. 포스코가 입주한 포항철강산업단지 386개 입주사 중 125개사에서 약 1조7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침수 주요 원인은 냉천 범람이었다. 쏟아진 흙이 하천에 가득 쌓였고 물길이 좁은 냉천은 순식간에 불어 인근 지역을 삼켰다. 

냉천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시작해 영일만을 통해 동해로 빠져나가는 하천이다. 냉천은 상류에서 냉천교까지는 최대 폭이 150m로 강처럼 넓지만, 냉천교부터 오른쪽으로 급격히 꺾이면서 폭이 50~60m가량으로 좁아진다. 

29일 경북도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이달 초부터 전국에 있는 주요 산업단지 20개를 선정해 매일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침수 피해를 크게 입었던 포스코 근방에는 2m 침수벽을 2km가량 세웠다. 그러나 침수 주 원인으로 꼽히는 냉천 범람을 막는 공사는 지난 19일에서야 시작했다.

26일 경북 포항시 남구 냉천 근방에서 작업자들이 흙을 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은 올해도 온다

지난해 쌓인 흙을 파내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냉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하천 폭이 좁아지는 협착부에 있는 흙을 들어내 물길을 넓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냉천 공사는 2025년 5월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북도 하천과 관계자는 “냉천에 있는 60만 루베(96만톤)를 들어내서 수로를 확보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강이 범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 20만 루베(36만톤)을 들어내야 한다”며 “흙을 퍼내는 작업은 총 5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지만 침수를 막기 위한 36톤의 흙은 9월이 되기 전에 퍼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한의 흙을 퍼내는 작업도 장마가 다 지난 후에야 끝나는 것이다.

냉천 근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인명피해가 있었던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 근방 빌라에 거주하는 A씨는 “장마가 코앞인데 이제야 공사에 들어갔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초등학생 자녀 냉천 근처 학교를 다니고 있어 비가 올 때마다 (냉천이) 또 넘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28일 포항시 남구 냉천 근방에 임시조치로 쌓아 둔 모래주머니가 놓여 있다.   사진=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대로라면 작년보다 위험…전문가 “규제 완화·절차 간소화 필수”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임시방편으로 모래주머니만 쌓아두다가 이제서야 공사 포크레인이 들어왔다”며 “지난해 임시복구한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라 올해 똑같이 비가 내리면 작년보다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이미 한번 떠내려갔던 약한 흙이 냉천 근처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어 물에 휩쓸려 내려가기 쉽다는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지자체가 올해 장마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했으나, 착공까지 필요한 절차가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경북도는 지난해 9월부터 공사에 착수하기 위해 침수 원인 파악, 시공사 입찰부터 선정, 설계, 경제성 검사, 유해성 검토,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왔다.

정춘옥 산업단지공단 포항지부장은 “설계 검토부터 환경영향평가 완료까지 절차를 다 거치면 10개월이 걸린다”며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려면 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곤 전 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수해 피해는 매년 여름마다 반복된다.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재해에 대한 예방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아무리 빨리 공사하려고 해도 규정을 따라야 하니 지연되는 것”이라며 “여름 시작 전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타임테이블을 구성해서 국회 패스트트랙처럼 진행해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근 토목공학과 교수도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며 “환경영향평가도 중요하지만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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