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총칭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의약품,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화가 가능해지면서 바이오산업의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일반 약물보다 독성이 낮아 안전성이 높다. ‘부작용이 적은 약물’에 대한 국민 수요가 높은 만큼,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 뛰어들어 암, 장질환, 안질환, 정신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겨냥한 약물을 개발하는 추세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미국 기업 세레스테라퓨틱스, 스위스 페링파마슈티컬스의 난치성 감염질환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CDI) 치료제 단 2개 제품 뿐이다. 국내 업계는 후발 주자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바이오협회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를 새롭게 창립했다. 협의회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총 27개 회원사로 이뤄져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종근당바이오, 에이치이엠파마, 이뮤노바이옴이 협의회의 운영위원사 역할을 담당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초기 형성 단계이기 때문에 신약 허가 전례가 없어 국내에서 좀처럼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기업 간 소통 기회가 부족해 업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도 힘들었다. 이에 협의회는 회원사들이 필요로 하는 국내외 연구개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동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 규제 대응, 정책개선을 중점 추진한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는 협의회 발족식에서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술은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며 “이번 협의회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협력과 상생을 위한 교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성장을 위해 정부도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약 25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병원 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해당 사업은 4개의 상급종합병원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에 대한 표준화 데이터를 구축하고, 희귀난치질환 진단·치료제 개발을 위한 비교임상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 등 6개 부처는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간 예산 4000~5000억원을 투자할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을 기획 중이다. 해당 사업은 미생물 뱅크 및 데이터 구축, 전 임상 기반 원천기술 개발, 제품화 연구 등을 포함한다.
과기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서도 산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신약기업협의회 창립으로 사업 통과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형태가 갖춰지면서 업계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업계는 새롭게 출범한 협의회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발전을 도모하고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면서 “협회도 기업들의 수요와 애로사항을 취합해 긴밀한 협업과 역량 결집, 민·관 협력 활성화를 위해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가 높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본격화되는 만큼 정부도 연구·개발 및 산업화 촉진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약 130조원에 이르며 2027년까지 연평균 약 5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