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을 구할 자, 누구인가. 한때 세계 영화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마블이 위기에 빠졌다. ‘멀티버스 사가’로 분류되는 작품이 이전만큼 흥행하지 못해서다. 페이즈5를 여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는 마블 영화 역사상 최악의 흥행 수익 하락을 겪었다. 디즈니+에서 독점 공개하는 드라마는 사정이 더 안 좋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시크릿 인베이젼’ 마지막 화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7%를 받았다. 시리즈 전체 신선도 지수는 54%로 역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 중 가장 낮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크릿 인베이젼’의 실망스러운 피날레는 어벤져스의 부재와 예측 가능한 반전 등 MCU의 문제를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미국 매체 스크린랜트의 평가다. ‘시크릿 인베이전’은 닉 퓨리(사무엘 L. 잭슨)가 스크럴(다른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는 외계종족)의 지구 정복 계획을 저지하는 이야기. 초인적인 힘을 가진 슈퍼 스크럴 가이아(에밀리아 클라크)를 MCU에 데려왔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여기에 어벤져스 일원인 로디(돈 치들)이 실은 그의 외형을 복제한 외계인(스크럴)이었다는 설정을 넣으면서 “역대 최악의 피날레”(다이렉트), “이야기가 시작해야 할 지점에서 끝나버렸다”(콜라이더) 등 혹평을 받았다.
외신은 MCU 부진의 원인으로 간판스타의 부재를 꼽는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빈자리를 채울 매력적인 영웅을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다. 마블은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조 루소) 이후 고대 어벤져스 격인 이터널스 등 새로운 영웅을 잇달아 소개했지만, 관객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는 역대 마블 영화 중 네 번째로 낮은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했다.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가 오랜 팬에게 흥미롭지 않다”(무비 웹)거나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에 필적할 중심인물을 알아보기 어렵다”(이스케피스트 매거진)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멀티버스 사가로 진입한 이후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성토도 쏟아진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감독 샘 레이미)는 디즈니+ 드라마 ‘완다 비전’을 봐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더 마블스’(감독 니아 다코스타)는 디즈니+ 드라마 ‘미즈 마블’과 이어진다. 문 나이트(오스카 아이작) 등 오리지널 드라마 주인공이 MCU에 진입할 여지가 적은 점도 문제다. 미국 만화매체 코믹북은 “콘텐츠는 많은 반면 (각 콘텐츠가) 연결되는 지점이 부족해 MCU가 하나의 세계관이라기보단 포트럭(각자 자기 몫을 가져오는) 프랜차이즈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더 마블스’는 MCU의 건재함을 시험하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박스오피스 매출에 직결되는 아이맥스 상영이 불투명해서다. 걸림돌은 ‘더 마블스’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 ‘듄: 파트2’(감독 드니 빌뇌브).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아이맥스 CEO인 리처드 겔폰스는 “우리는 영화 ‘듄: 파트2’(감독 드니 빌뇌브)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듄: 파트2’가 아이맥스 상영관을 독점하면 ‘더 마블즈’ 흥행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관측이다. 스크린랜트는 “‘더 마블스’는 여성 배우가 이끄는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MCU 영화보다 눈에 띈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을 봐도 다른 MCU 영화와는 다른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더 마블스’가 전작인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라이언 플렉)과 비슷한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예측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