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우주미아가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 우주선 안을 붕붕 뜨다가도 잔뜩 구르고 불안감에 허덕여야 하는 처지라면 어떨까.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에서 황선우(도경수)가 처한 현실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더 문’을 두고 황선우 고생 드라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화를 본 선배부터 동료들까지 다 그러더라고요. 너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요.”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도경수가 웃으며 말했다.
다양한 작품을 경험했어도 대자본이 들어간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출연 제안을 받았던 2019년부터 그는 신기함과 즐거움, 부담감을 동시에 느꼈다. 우주를 다룬 한국영화가 전무했던 때였다. 기꺼이 낯선 장르에 몸을 던질 수 있던 건 도전욕구 때문이다. “연기 덕에 평소에 체험할 수 없는 걸 해볼 수 있잖아요. 심지어 우주가 배경이고요. 기대감이 커졌어요.” 하지만 설렘은 곧 고난이 됐다. 들뜬 마음으로 향한 현장은 어려움 투성이었다고 한다. 무중력 상태를 연기할 때마다 여러 줄의 와이어에 매달려야 했다. 스태프가 당기는 순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실수도 많았다. 그렇게 고생해서 찍은 장면이 VFX(시각특수효과)를 거쳐 실감 나게 구현되자 쾌감을 느꼈다. CG(컴퓨터그래픽)로 우주선 안에서 떠다니던 헬멧, 인형이 화면에 더해지자 “우주에 간 듯한 착각”마저 일었단다.
도경수는 ‘더 문’으로 몸고생에 마음고생까지 경험해야 했다. 우주복을 입는 것부터 고난이었다. 옷을 몇 겹씩 겹쳐 입다 보니 움직임도 수월하지 않았다. 우주선 세트에 들어갈 때면 갑갑함부터 느껴졌다. 도움을 받은 것도 있다. 헬멧 덕에 시야가 제한되자 황선우가 느꼈을 고립감이 와닿았단다. 도경수는 “검은색 공간에 혼자 존재하는 상상을 자주 했다”면서 “상황에 충실하다 보니 몰입감은 절로 따라왔다”고 했다. 고립된 황선우의 마음을 슬픔과 분노로 표현한 건 김용화 감독의 조언 덕이다. 주고받을 상대 없이 홀로 연기하는 건 달가웠다. 도경수는 “타인과 호흡을 맞추는 연기가 훨씬 어렵지 않나. 혼자 남은 황선우를 연기하는 게 되려 수월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실전형 연기자다. 사전에 준비를 거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는 편”이어서다. “촬영 기간 동안 최대한 집중하고 캐릭터를 곧장 털어내 왔어요. 순발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게 잘 맞더라고요.” 몰입력을 기른 건 엑소 활동 덕이다. 그는 “새로운 일에도 금세 익숙해지곤 한다. 엑소로 활동한 경험이 저를 강하게 만들었다”며 웃었다. ‘더 문’ 현장에 금세 적응할 수 있던 것도 그래서다. ‘더 문’은 도경수가 제대 후 처음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특유의 무던한 성격과 엑소로 활동하며 얻은 경험이 더해지자 현장은 금세 그의 놀이터가 됐다.
엑소는 도경수에게 ‘첫 시작’이다. 지난달 엑소로 컴백한 도경수는 또 한 번 시작하는 기분을 느꼈단다. 격세지감 역시 경험했다. “신인 때와 달라진 대우를 새삼 체감했어요. 저 또한 무대에서 여유가 생겼죠. 엑소 활동은 여전히 재미있었고요.” 켜켜이 쌓인 시간은 그에게 경력이라는 힘이 됐다. 도경수는 “엑소로 여유를, 연기로 성장을 얻었다”면서 자신에게 음악과 연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래와 연기가 좋아요.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연기는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이잖아요. 엑소는 곧 저고요. 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엑소이고 싶어요. 음악도, 연기도 똑같아요. 무대를 보면 노래도 결국 작품이거든요. 제가 하는 작품들에 공감하고 힘을 얻는 분이 있다면 성공이지 않을까요? 이 직업은 보는 사람들이 계신 덕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한 분이라도 제 작업물에 만족하신다면 저는 평생 이 일들을 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