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이유가 부르는 ‘큐피드’, 합법일까 [궁금해서]

AI 아이유가 부르는 ‘큐피드’, 합법일까 [궁금해서]

기사승인 2023-08-13 06:01:02
인공지능 기술로 브루노 마스 목소리와 뉴진스 음악을 합성한 커버 영상. 유튜브 캡처

요즘 유튜브를 주름잡는 음악 콘텐츠는 인공지능(AI)이다. AI 아이유가 부른 ‘큐피드’, AI 딘이 부른 ‘뉴 진스’, AI 박효신이 부른 ‘거리에서’…. AI에 유명 가수 목소리를 학습시킨 뒤, 다른 음원에 이를 합성한 콘텐츠가 쏟아진다. 그중 가장 인기는 AI 브루노 마스의 ‘하입 보이’(Hype Boy) 영상이다. 지난 4월 게시된 이 영상은 조회수 200만뷰 돌파를 눈앞에 뒀다. 그런데 이 영상,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저작권자에게 이용허락을 구하지 않고 제작한 영상이라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 작사·작곡가 같은 저작권자는 물론, 음반 제작자 등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도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 김찬동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음원이 사용된 편집 영상이나 커버(재연주·재가창) 영상은 해당 곡 저작권자에게 이용허락을 구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 저작권자는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AI로 목소리가 구현된 가수 쪽에서도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김 팀장은 “목소리는 저작권상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과 짚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타인의 초상이나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 경쟁 행위로 규정한다.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AI 음원 커버에 목소리가 사용된 가수 쪽에선 이 법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에 게시된 AI 음원 커버 영상들. 유튜브 캡처

다만 음악 저작권자나 가수 소속사가 AI 음원 커버 영상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례는 한국에 없었다. 익명의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소송하기 어려운 데다, AI 음원 커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도 “가수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대부분이라 법적 대응에 신중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콘텐츠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저작권 관련 단체도 AI 기술과 관련 콘텐츠를 연구하며 위법 여부를 살펴보는 단계”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AI 커버곡은 논쟁 대상이다. 미국에선 래퍼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가 주요 음원 플랫폼에 게재됐다가, 해당 곡이 AI로 두 가수의 목소리를 합성한 음원임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두 가수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은 저작권 침해 문제를 들어 각 플랫폼에 음원 삭제를 요청했다. 제프리 할스톤 유니버설 뮤직 법률 고문은 지난달 미 의회에서 “가수에게 목소리는 그들의 생업에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이다. 이를 도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AI를 활용한 창작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수도 있다. 폴 매카트니는 AI 기술을 활용해 비틀즈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1980년 사망한 존 레넌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추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일렉트로닉 가수 그라임스도 자신의 목소리를 AI 음악에 사용하게 하고 로열티를 나누겠다고 제안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과 유니버설뮤직은 AI 기술로 기존 가수 목소리나 노래 멜로디를 추출해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시키는 딥페이크 음악을 합법화하도록 논의 중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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