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회사 연구원인 치호(유해진)는 오로지 과자밖에 모르는 외골수다. 별다른 낙도 없다. 오전 6시 기상,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하루가 모여 그의 삶을 이룬다. 그런 치호의 일상은 우연한 기회에 달라진다. 형의 빚을 갚고자 찾은 캐피탈 회사에서 만난 일영(김희선)이 계기다. 일영은 그에게 호감이 가득한 눈치다. 치호는 제 감정도 모르는 새에 일영에게 빠져든다. 두 사람은 그렇게 순진무구하고 달짝지근한 사랑에 빠진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은 순수함을 간직한 제과연구원과 감정에 솔직한 캐피탈 직원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로맨스다. 배우 유해진과 김희선을 비롯해 차인표, 진선규 등이 출연했다. 개봉을 앞둔 9·10일, 이틀에 걸쳐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과 김희선은 “작품이 가진 담백함에 매료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배우에게 ‘달짝지근해: 7510’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공 살린 김희선, 안심한 유해진… 호흡 어땠을까
‘달짝지근해: 7510’은 유해진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코믹 로맨스 장르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김희선이 20년 만에 선뵈는 신작 영화여서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두 배우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서로의 캐스팅 소식에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건 당연지사다. 유해진이 무엇을 제안해도 김희선은 ‘그래요!’라며 경쾌하게 답해주곤 했단다.
김희선은 영화가 표방한 장르에서도 힘을 얻었다. 김희선은 전통적인 로맨스 강자다. “전공을 살린 느낌”고 운을 뗀 그는 “달달한 영화가 필요한 시기에 이런 작품을 만나 더욱 기뻤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해진은 현장에서 김희선의 곰살맞은 모습에 감탄했단다. 유해진은 “상대 배우가 중요한 작품이었다. 김희선이 편하게 대해줘서 안심했다”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연기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나 역시 더욱더 진심을 담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잊었던 설렘도 되살아나다… 어른들의 ‘소나기’
‘달짝지근해: 7510’은 자극적이지 않은 로맨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치호와 일영이 나누는 순수한 사랑에 좋은 반응이 잇따른다. 이들 캐릭터를 연기한 유해진과 김희선 역시 촬영하며 설렘을 종종 느끼곤 했단다. 두 배우는 “언제 떨렸는지 기억도 안 나던 내 마음이 두근거렸을 정도”(유해진), “결혼 전 연애하던 기억이 떠올를 만큼 마음껏 설렜다”(김희선)고 회상했다.
유해진은 치호와 일영의 사랑을 어른들의 ‘소나기’라고 표현했다. 각자 상처를 간직한 두 사람의 사랑은 티 없이 맑게 그려진다. 현실감각 없던 남자는 상냥하고 저돌적인 여자에게 시나브로 스며든다. 닿을 듯 말 듯 손끝만 겨우 스치는 치호와 일영의 데이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지어지게 한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하는 일명 ‘밥풀 친구’에서 차츰 연인으로 발전한다. 배우들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이들의 감정에 몰입해 다 같이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유해진과 김희선은 “우리가 느낀 설렘과 감정들은 모두 진심”이라면서 “순수한 사람들의 따스한 사랑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유해진·김희선이 꼽은 ‘달짝지근’한 몇몇 장면들
두 배우는 “치호와 일영이 함께한 모든 순간이 달짝지근했다”고 돌아봤다. 이 중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좋았다고 꼽은 건 치호와 일영의 바닷가 데이트다. 해변을 걷던 치호와 일영은 곧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겨 미주알고주알 대화를 나눈다. 이들 뒤로 희미하게 잡히는 주인 할아버지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달짝지근해: 7510’ 특유의 소소한 매력이 잘 살아난 대목이다.
“상황이 만들어주는 자연스러운 웃음”은 유해진이 짚은 ‘달짝지근해: 7510’의 강점이다. 임시완과 고아성이 우정 출연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 장면 역시 그렇다. 김희선은 “치호와 일영이 자동차 극장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도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수차례 ‘다시!’를 외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단다. 비상깜빡이에 순수하게 반응하는 치호와 일영의 모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두 배우는 “‘달짝지근해: 7510’이 가진 풋풋함과 재미가 이 시대 관객에게 통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