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개봉 예정인 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실제 지명을 영화 제목과 주요 소재로 쓴 데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에도 개봉을 강행하면서다.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는 31일 ‘치악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영화 개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원주시 사단협은 이날 ‘치악산’ 시사회가 열리는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개봉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제작사를 강력 규탄했다.
김정윤 사단협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있지도 않은 치악산 토막살인 괴담을 영화 홍보에 이용해 포털 사이트에 ‘치악’만 검색해도 ‘치악산 괴담’, ‘치악산 토막살인’이 나오게 만들었다”며 “시민들을 대표한 단체들의 영화 개봉 반대 성명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홍보와 돈벌이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시사회 취소, 개봉 중단, 제목 변경 등을 요구하며 “위 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떤 조치도 불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주시 역시 제작사가 개봉을 강행할 경우 상영금지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청구 등 법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치악산’은 18토막 살인사건 괴담을 모티브 삼아 40년 전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공포영화다. 영화의 뼈대가 된 괴담은 1980년 치악산에서 열여덟 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됐다는 내용으로, 실제 벌어진 사건은 아니다.
원주시와 제작사는 시사회에 앞서 두 차례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시 측은 영화 제목을 변경하고 대사 중 치악산을 언급한 부분을 삭제 혹은 묵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 측은 “수정할 경우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인 데다 주요 배우가 군 복무 중이어서 재촬영 역시 힘들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