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죽음이 반복”… 국회 모인 검은 옷 교사들 울분

“동료 죽음이 반복”… 국회 모인 검은 옷 교사들 울분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사흘 새 교사 3명 숨져

기사승인 2023-09-04 20:27:28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대규모 추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사망한 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앞에 현장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 등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최근 나흘 사이 교사 3명이 숨졌다는 소식 때문인지 추모 집회 현장은 분위기는 더없이 무거웠다.

행사 1시간 전인 오후 3시부터 국회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교사들의 자발적으로 지정한 ‘공교육 정상화의 날’ 추모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최근 교사들이 연이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참담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법은 바뀌지 않았어도, 요즘 (교권 보호) 분위기는 좀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자녀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교사 B씨는 최근 교사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에 대해 “교육당국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지만, 교사가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학교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는 (교사 사망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교사들이 숨진 상황 때문에 지난 2일 집회에 많은 사람이 모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일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열린 7차 집회엔 역대 가장 많은 약 30만명의 교사들이 참석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앞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교사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는 집회 내내 이어졌다. 이날 사회자는 “1차부터 7차 추모집회까지 우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했지만 오만했다”며 “동료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지켜져야 할 곳은 어디인가. 위기의 교사를 지켜야 하는 건 누구인가”라는 집회 사회자의 질문에 참가자들은 일제히 “교육부”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사회자는 전날 ‘교권 회복 및 교원 보호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교실에서 학생을 지켜달라”고 발표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호소문을 언급했다. 그는 “의도가 빤히 보여 낯 부끄러웠다”라며 “대화가 아니라 교사 병풍 세우기였다”고 비판했다. 공립유치원 교사 C씨도 “서이초 선생님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 선택할 여지가 없는 극단적 상황에 놓였던 것”이라며 분노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진상규명이 추모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20년차 초등학교 교사 D씨는 이날 자유 발언대에 올라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재판까지 갔던 자신의 과거 사건을 언급했다. D씨는 “수업 중 일어난 이 사건은 교권 침해임과 동시에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됐지만, 학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교사를 지키기 위해 있는 도교육청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당시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그는 “우릴 지키지 못하면 우린 매일 동료들의 초상을 치르고 49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기어이 살아 함께 변화의 길을 걷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교사 사망 진상규명 △교원보호 입법발의 공동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 등을 요구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공교육 정상화의 날인 이날 오후 5시 기준 임시휴업(재량휴업)을 실시한 초등학교는 전국 38개교로 집계됐다. 서울교대, 경인교대 등 대학가에서도 이날 오후 7시부터 추모 집회가 열렸다.

임지혜 유민지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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