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0 06:00:13

'미공개 조선왕릉' 서삼릉 효릉 첫날 풍경 [쿠키포토]

"인종은 조선의 국왕 가운데 재위 기간이 가장 짧아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유일하게 미공개 능으로 남아있던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서삼릉 효릉(孝陵)이 53년간 닫혔던 빗장을 8일 일반에 최초 개방했다. 효릉은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승하한 조선 제12대 왕인 인종(재위 1544~1545)의 왕릉으로 1545년에 조성됐다. 1578년 남편을 일찍 여의고 자식없이 외롭게 일생을 살았던 인성왕후(1514~1577)가 모셔지면서 쌍릉의 모습을 갖췄다. 장경왕후의 희릉(禧陵), 철종(재위 1849∼1863)과 철인왕후의 예릉(睿陵)과 함께 서삼릉 있으며, 왕릉의 원래 모습이 잘 보존된 것으로 평가된다. 효릉은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젖소개량사업소(젖소 종자 농가 공급)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다른 두 능과 달리 오랜 기간 공개 제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효릉에 들어가려면 국내 농가에 젖소 종자를 공급하는 젖소개량사업소를 거쳐야 했는데, 외부인이 자주 출입할 경우 '세균 감염' 문제 등 업무 특성상 접근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효릉은 문화유산 수리 및 관리, 학술 조사 등 필요한 경우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문화재청은 젖소개량사업소를 거치지 않고 서삼릉 내 태실(胎室·왕실에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태반과 탯줄을 묻는 석실)에서 효릉으로 이어지는 관람로를 마련해 통행 문제를 해결했다. 8일 태실 권역 정문에서 시작된 효릉 관람에서 관람객들은 김옥석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를 따라 설명을 들으며 걷다 김 해설사가 "정자각 계단에서는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손을 위에 두고 오른발 먼저 딛고 올라와야 됩니다"라고 말하자 예를 갖추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날 김 해설사는 정자각에 도착 후 관람객들에게 "일반 관람객으로는 처음이니 인사를 드릴까요"라고 말한 뒤 관람객들과 묵념을 하고 "인종은 조선 역대 왕 가운데 재위 기간이 가장 짧아 이룬 업적은 많지 않지만 효심이 매우 뛰어나 능호가 효릉으로 정해졌다"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해설사는 "정자각이 인종에게 쏠려 있다"라며 "어제 열린 효릉 개방행사에서만 능에 올라가 볼 수 있었고 지금은 출입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자각 꼭대기에 있는 장식 기와도 살펴봐달라"라며 "다른 왕릉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양이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효릉을 마지막으로 조선왕릉 40기 투어를 마친 황씨 부자(父子)는 "아들과 함께 조선왕릉 40기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해 뜻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 황모(12)군은 "다른 능에 비해 효릉이 낮아 보기 편했지만 눈높이에서 능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효릉 투어를 마치고 조선왕실 태실(胎室·왕실에서 태어난 아이의 태반과 탯줄을 봉안한 뒤 조성한 시설)과 분묘군을 향해 이동했다. 태실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전국 곳곳의 길지(명당)에 봉안되어 있던 조선 왕실의 태실 54위를 문화재 도굴 및 관리를 위해 경기 고양 서삼릉에 모아 조성한 것이다. 이곳에는 오석 비군과 화강석 비군으로 나누어졌다. 오석 비군은 왕과 황제, 황태자의 태실(22기)이고 화강석 비군은 왕실과 황실 가족들의 태실(32기)이다. 조성 당시에는 일본의 '일(日)' 자형 담장과 일본식 철문으로 되어 있다가 1995년 담장과 철문을 철거하고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김 해설자는 "땅 밑에는 원형 모양의 시멘트 관에 태지석과 태항아리를 묻고 그 위를 '일(日)'자 형태의 시멘트 덮개를 씌웠다"며 일본의 만행을 설명했다. 영종도에서 하지영(46세)씨는 "태실은 일본의 만행으로 처참한 비극적인 역사"라며  "효릉이 교통이 불편해 접근성은 안좋았지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지식을 얻어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해설사는 관람객분들이 효릉을 찾아오실 때 "인종이 9개월만에 세상을 떠나셔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록이 별로 없다"라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 홈페이지에 적힌 효릉 내용을 공부하고 오시면 더욱 즐겁게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어 답습하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
기사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