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올 하반기 실적 흐름도 비우호적이란 분석이 나왔다. 상반기 실적은 선방했으나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면서 연간 기준으로 상고하저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투자은행(IB)부문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산하 6개 증권사(KB·NH투자·하나·신한투자·하이투자·BNK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합산은 1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에 기록한 3825억원과 비교하면 62.71% 급감했다.
누적 기준으로 살펴봐도 이같은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금융지주 산하 6개 증권사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832억원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에 기록한 1조5281억원 대비 29.11% 줄었다.
이는 주가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운용 실적 저하와 장기성 투자자산, IB부문 수수료 수익 감소, 부동산PF 건전성 저하에 따른 충당금 설정 등이 주된 요인으로 추정된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에서 보인 실적 흐름은 향후 발표될 타 증권사들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지위와 신용도를 보유한 것에 기인한다. 지난 1분기는 금리 안정화 영향으로 증권사들이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으나, 글로벌 금리 변동성에 따라 급변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의 고물가, 고금리 상황 지속으로 금융시장이 단기간 내 안정화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국내 시장금리도 빠르게 재반등했다”고 평가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6월말 3.66% 수준에서 지난달 말 4.08%까지 올랐다.
증권사들의 자기매매와 운용부문 성과는 금리 방향에 다소 의존적인 편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이는 업권의 종합적인 영업실적 저하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운용 실적이 저하되면서 결국 올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금융 부실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로 기업금융 및 투자, 부동산금융 시장까지 모두 위축된 상황에 증권사 IB부문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은 민감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신평은 일부 분양성과가 좋은 본 PF 사업장의 정상 회수도 있었으나, 신규 건 부재와 기존 브릿지론 부실화로 인한 기초자산 매입 등으로 PF 신용공여 잔액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국내 부동산 PF(브릿지론 포함)에 대한 손실 부담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형 증권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실 부담이 손익과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소재 프리마호텔 개발 PF 사업이 주목된다. 브릿지론 단계에서 선순위 대주단인 새마을금고 반대로 만기연장에 실패해 국내 부동산 PF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도래해서다.
해당 브릿지론의 차입금 내역을 살펴보면 대주단으로 참여한 금융사는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광주은행, 상상은플러스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총 26개사에 달한다. 다만 증권사들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각각 PBS 역할을 수행하는 IBK투자증권 마블일반사모투자신탁 제27호 신탁업자, 헤리티지 시그니처 일반 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호 신탁업자로 확인됐다.
만기 연장이 불발되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한다. 해당 사안은 조정위원회에 상정됐다. 최종 EOD 발생 여부는 미정이다. 다음 달 15일까지 채권자 협의를 통해 만기 연장 여부를 확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OD가 선언될 경우 선순위 채권자는 토지 공매를 통해 원금 회수가 가능하나, 후순위로 참여자들은 투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와 은행 펀드를 통해 자금을 보탠 개인투자자의 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새마을금고는 향후 금고의 건전성 및 익스포져 관리를 위해서 선순위 대주단 지위를 활용해 사업성이 낮은 일부 사업은 만기 연장에 반대하고, 정리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내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괄적인 만기 회수보다 개별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판단 중심으로 선별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사업성이 다소 열위한 브릿지론에 대한 새마을금고 공동참여건이 많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경쟁사 대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내년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시장은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라는 시각을 내비친다. 다만 금융권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연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고금리 상황 지속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내년 증시에도 대형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미국 대선이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대선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기대된다. 이는 향후 글로벌 정치, 외교,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양극화된 정치 지평과 공급망 재편을 위한 대규모 산업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결국 경제와 증시에 불확실성과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