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는 결함이 없다. 에이스가 빠져도 탄탄한 뎁스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7일 기준 8승 3패(승점 25점)를 기록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우리카드와 승률은 같지만, 세트 득실에 따른 승점에서 앞선 리그 선두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대한항공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3대 0 완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곧이어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에 풀세트 끝에 패배했다. 이어진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는 풀세트 끝에 승리를 거뒀다. 시즌 초반이라지만 ‘디펜딩 챔피언’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11월이 되고 이들은 확실히 달라졌다. 11월에 치른 7경기에서 6승 1패를 거두면서 빠르게 상위권으로 복귀했다. 지난 18일 한국전력과 2라운드 경기에서 덜미를 잡히기도 했지만,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연달아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대한항공이 최근 잘 나가는 이유는 뎁스에서 나온다. 팀의 토종 에이스이자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올 시즌 1경기도 출장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대한항공이 부진한 까닭도 정지석의 부재였다.
하지만 백업 선수였던 정한용이 정지석의 공벽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2021~2022시즌 1라운드 3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정한용은 지난 시즌만 해도 정지석과 곽승석의 뒤를 받치는 백업 아웃사이드 히터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벌써 177점을 올려 득점 부문 7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1위다. 공격 종합도 55.95%로 전체 1위다. 이외에도 후위 공격 1위(성공률 71.93%), 서브 4위(세트당 0.39)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수비 스탯도 준수하다. 리시브 효율도 40.74%로 데뷔 후 처음 40%를 넘어서고 있고,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부문에서도 세트당 3.951개로 7위에 올라있다. 또한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블로킹도 올 시즌 세트당 0.49개를 기록, 커리어 평균 기록(0.17개)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정한용을 두고 “좋은 자질과 함께 기술이 좋은 선수”라며 “선수 본인이 많은 노력을 했고, 비시즌에 많이 성장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도 시즌 초반 대한항공 상승세에 큰 보탬이 됐다.
2021~2022시즌부터 팀의 주축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았던 링컨이 올 시즌에는 개막 직전 팀에 합류하면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여기에 무릎 부상으로 인해 1라운드에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링컨을 대신한 임동혁은 지난 2일 한국전력전부터 18일 한국전력전까지 5경기 연속 스타팅 멤버에 이름을 올렸고, 경기당 평균 16.2점을 올려주며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이후에는 링컨이 다시 스타팅 멤버로 들어가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면서 대한항공은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탄탄한 로스터를 앞세운 대한항공은 올 시즌 V리그에 단 한 번도 없는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에 도전한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욱 유연한 멤버를 가용하는 만큼 ‘통합 4연패’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