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2’(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에 출연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시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려 했으나 이를 검열당했다고 주장했다.
2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드니로는 전날 뉴욕에서 열린 제33회 고섬어워즈 시상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연설을 준비했으나 주최 측이 자신의 허락 없이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드니로는 시상식에서 영화 ‘플라워 킬링 문’(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으로 특별상을 받았다. 연단에 오른 그는 텔레프롬프터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프롬프터에 뜬 자막이 자신이 전달한 연설문과 달라서였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연설의 시작 부분이 편집됐다”면서 휴대전화에 저장해둔 연설문 원본을 읽어 나갔다.
연설문에서 드니로는 “역사는 더는 역사가 아니다.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사실조차도 다른 사실로 대체되고 있다. 음모론과 추악함이 벌어지고 있다”며 “거짓말은 사기꾼의 또 다른 무기가 됐다. 전직 대통령은 재임 기간 4년 동안 우리에게 3만 번 넘게 거짓말했다. 지금도 보복 캠페인(재선 시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드니로는 연설에서 ‘플라워 킬링 문’ 제작사인 애플에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연설문이 편집된 것을 인지한 후 “감사를 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소식통을 인용해 “자신을 애플 직원이라고 밝힌 여성이 텔레프롬프터 담당자에게 수정된 연설문을 올리라고 요청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언급을 뺀 버전은 시상식 시작 6분 전에 텔레프롬프터 회사로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고섬어워즈 측과 애플은 이에 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