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직전 법원 제동…9개 시도교육감 “학생인권조례 폐지, 민주주의 퇴보”

폐지 직전 법원 제동…9개 시도교육감 “학생인권조례 폐지, 민주주의 퇴보”

기사승인 2023-12-19 16:03:30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지 순서를 밟던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법원의 제동으로 잠시 보류된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시·도교육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폐지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조 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이날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전국 시·도교육감 9명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입장문에는 조 서울시교육감, 최 세종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 김광수 제주시교육감, 서거석 전북교육감 등 9명의 교육감이 포함됐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 인권의 후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라며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학생인권 증진의 역사가 후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는 헌법·법률·명령보다 강제력이 약한 하위 규범이지만 학생의 교육환경, 복지, 안전에 이르기까지 학생의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규범이나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데 근본이 되는 규범”이라며 “서울시의회는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조례 폐지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 제정돼 17개 시도교육청 중 7개 교육청(서울 경기 충남 광주 전북 전주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내용으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권 보장 △사생활 보장 △학습에 관한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학생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 요구에 불이 붙었고, 일각에선 교권 침해 원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했다.

지난 15일 충남도의회에선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전국 최초로 통과됐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조례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의 경우 전날 법원의 결정으로 당분간 조례가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시의회가 집행정지에 대한 유감을 뜻을 표하면서 불복 절차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주민대표기관인 서울시의회의 자주권을 제한하는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따라 교육위원회 등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안 발의안으로 바꿔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긴급 상정, 표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날 교육감들은 조례 폐지가 강행될 경우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조 교육감은 “만일 시의회에서 조례가 폐지된다면 즉각 재의를 요청하고 대법원 제소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육감도 “조례안 문제가 잘 처리되지 않으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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