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22일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위반되는 사용 행태를 보인 890명의 고객에 대해 개별 안내 및 소명 절차를 거쳐 신용카드를 29일부터 정지한다고 밝혔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위법 정황이 의심되는) 해당 고객들에게 안내장을 발송했으며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카드를 정지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가 파악한 890명은 전부 약사 혹은 약사의 지인·가족들이다. 신한카드는 고객 거래 유형을 모니터링한 결과 약사들이 자신과 지인, 가족 등의 카드를 이용해 부정 사용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예를들어 A약국 주인이 B약국에서, B약국 주인이 A약국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하는 사례, 특정 제약 도매몰 등에서 10명가량의 고객이 매일 5999원씩 반복해서 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카드번호별 승인 순서가 동일하고, 승인 시간 간격은 1∼2초에 불과하다. 이러한 특성을 악용해 한 사람이 카드번호를 모아놓고, 일정 순서에 따라 계속해서 결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본인의 가맹점(약국)을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서, 도매몰 등에 카드 결제를 하게 할 수 있다는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약사 1명이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포인트를 적립한 경우도 여러 건 발견됐다. 한 가맹점에서는 1일 1회밖에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하루에 30개가 넘는 가맹점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해야 한 달 포인트를 100만원 이상 쌓을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고객의 자택·직장과 멀리 떨어진 특정 가맹점에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결제가 일어나는 행태 등을 고려하면 이들 사례가 카드를 양도·양수하거나 물품이나 용역 없이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꾸몄다”며 “이는 여전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제약몰은 신한카드가 가맹점 번호를 여러 개 신청해 고객들이 5999원씩 여러번 결제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문제 삼아 가맹점을 해지한 것에 반발해 ‘가맹점 지위 보전 가처분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이 같은 행위가 1개 가맹점에 1일 1회 혜택만 제공하고자 했던 카드사의 정책을 우회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며, 가맹점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사정이 될 수 있다”면서 이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