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교대)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위기를 알리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서울교대 수시모집 미충원 비율은 80.5%에 달했다. 입학시험 결과(입결) 점수는 점점 하락해 교육의 질 저하 우려가 나온다. 임용 적체가 심각해져 초등교사가 되는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엔 교권 침해 문제까지 불거졌다. 교대,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교대 입결로 급 나누기…“참혹한 심정”
쿠키뉴스와 만난 A교대 재학생 이모(25)씨는 “교대 학생들 사이에서 학번별 입학시험 결과(입결) 컷으로 서로의 급을 나누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를 꿈꾸는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보면 참혹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종로학원이 13개 교대·초등교육과의 2020~2023학년도 정시·수시 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2023학년도 수능 국어·수학·탐구 영역 백분위 평균 점수는 82.9점으로 전년도 86.1점에 비해 3.2점 떨어졌다. 2020학년도(90.3점)부터 4년째 하락이다. 학생부 교과전형 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도 2020학년도 1.8등급에서 2023학년도 2.1등급으로 떨어졌다.
올해 서울교대 수시 최저 학력 기준은 수능 4개 등급 합이 9등급이며 경인교대·진주교대·전주교대 등은 합이 12등급이다. 네 과목 합이 12등급이면 평균 3등급이지만, 학생들 대부분 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가 교육계에서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대 수시 미충원이 늘었는데) 이는 3등급짜리가 수시 원서를 낸 게 아니라 수능 기준으로 4~5등급이 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정시도 비슷한 분위기일 듯하다”고 말했다.
좋은 초등교사의 조건에 입결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정원 미달로 추가 합격이 돌다가 꼬리 점수가 낮아지는 건 교원 역량 하락 우려로 이어진다. 지난해 B교대를 졸업한 이모(26)씨는 “고3 때만 해도 전교 1등이 교대에 갔다”며 “교대에 입학하는 점수대가 과거보다 더 낮아졌더라”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는 “요즘 수업 중에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대 전체 학생의 역량이 떨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70% 정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박 교수는 반대로 IMF 이후 과도하게 높은 (성적의) 학생들이 교대에 쏠렸던 시기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교사가 정말 되고 싶었던, 소양과 열정이 있던 학생들이 합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매우 많았다”라며 “현재 교사 역량 하락 우려가 나오지만, 한편으론 진정으로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교대에 도전하는 데 이전보다 나은 환경이 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좁아지는 임용의 문…“교사 포기합니다”
교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교대 인기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 ‘취업’을 꼽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식 발령받으려면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교대 졸업과 함께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주어지지만, 이는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비정규직) 교원 자격에 그친다.
현재 교대 입학정원은 3847명으로, 지난 2012년부터 13년째 동결 중이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신규 채용 규모가 매년 줄어든 탓에 임용 적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 따르면 초등교원 합격자는 2014년 7369명에서 2022년 3565명으로 뚝 떨어졌다. 2022년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률은 48.6%로, 2013년 이후 최저다
교대 졸업 후 기간제 교사 자리를 찾고 있는 이씨는 “교대 입학생 정원은 그대로인데 임용 TO가 많이 줄어서 n수 적체 인원이 계속 늘어났다. 경쟁률만 높아지고 있다”며 “주변 동기나 후배 중엔 (지난해) 임용고시를 안 본 사람들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3월 기준 공립 초등교사 임용대기자가 2081명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간제 교사 채용에 임용 대기 중인 예비교사까지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임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취업”이라며 “교대에 취업 개런티가 있는 것도 아니라, 마냥 (임용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또 교대를 졸업하고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교권 추락까지…“교사 탈출은 지능순”
여기에 지난해 7월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을 계기로 불거진 교권 추락 문제까지 교대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서이초 사건 당시) ‘학교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왔을 정도였다”라며 “교사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대 재학생 이씨도 “학생수가 줄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해 논란이 된 일부 학부모들의 괴롭힘, 교사 업무 과중 등도 큰 문제”라고 했다.
실제 교대 자퇴생이 쏟아졌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이 지난해 8월 교대생 6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1%는 서이초 사건 이후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답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전국 10대 교대·2개 초등교육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59명이 자퇴했고 이중 절반(70명)이 신입생이었다.
올해 교대 수시모집 미충원 비율도 매우 높았다. 종로학원 조사에 따르면 교대의 간판격인 서울교대는 당초 수시모집에서 185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149명을 선발하지 못했다. 미충원 비율은 80.5%에 달한다. 진주교대(72.1%), 전주교대(63.8%), 춘천교대(60.8%) 상황도 마찬가지다. 교대 정시 경쟁률은 반등했지만, 교육업계에서는 이를 교대 인기 회복이 아닌 낮아진 합격 점수로 발생한 기대심리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교육을 이끄는 교사 양성을 위해 임용 문제 해결과 근무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교대 정원을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임용률을 70% 가까이 높이고, 교사 급여 인상 등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