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6 16:16:17

“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가도 범인이다” 피해자의 외침 [쿠키포토]

(왼쪽부터)이정일, 송기호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세퓨 제품피해 국가책임 민사소송 2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유족의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성지용 백숙종 유동균)는 6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와 그 공표 과정에서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이라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5명 중 2명은 위자료와 동일한 성격을 가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상 구제급여조정금을 상당 액수 지급받았으므로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기각했다. 나머지 3명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이미 받은 지원금, 구제급여 등을 고려해 정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송기호 변호사는 “국가가 단순히 피해자들을 시혜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배상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큰 판결”이라며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등 다른 화학성분에 대한 국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소송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은 법원 삼거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이번 판결은 가해기업 유죄판결에 이어 국가배상책임을 물은 것으로 큰 의미가 있지만, 배상대상을 일부 피해자로 한정했고 배상액도 소액이어서 큰 한계를 갖는다”라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양대 책임주체인 기업과 국가 모두에 사법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며 대법원에서 이 부분이 바로 잡혀 국가배상 대상을 제한하지 말고 제대로된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국가책임에 대한 진상규명 보고서 발표 및 추가 소송 등을 통해 국가책임을 규명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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