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카드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고금리로 조달비용이 증가했다. 또 카드사가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도 영향을 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액은 1조864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2조387억원보다 8.6% 감소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206억원으로 1년 전(6414억원) 보다 3.2% 줄었다. 영업이 부진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신한카드 영업수익은 5조3962억원으로 전년(4조8460억원)보다 11.4% 늘었다. 본업인 신용카드 수익은 전년보다 7.9% 증가한 2165억원을 기록했다. 할부금융과 리스수익은 각각 16.2%, 33.1% 성장률을 보였다.
삼성카드는 2023년 당기순이익 6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한 성적을 기록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4조42억원으로 전년(3조7949억원) 대비 5.5% 늘었다. 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을 뺀 영업이익은 8100억원으로 2022년 8489억원과 비교해 4.6% 감소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일제히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 KB국민카드 3511억원(전년 대비 7.3%↓) △하나카드 1710억원(전년 대비 10.9%↓) △ 우리카드 1120억원(전년 대비 45.3%↓) 순이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이유는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는 수신기능이 없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을 해야 한다. 지난해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여전채 금리가 높아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컸다. 지난해 신용등급 AA+ 4년물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는 5%대 까지 올랐다. 신한카드 지급이자 액수는 9454억원으로 2022년 7107억원보다 33% 늘었고, 삼성카드의 이자비용은 4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아울러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것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대손충당금이란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의 일부나 전부를 미리 손실·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 불안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당기순이익은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대손충당금이 ‘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은 882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7.8%가 늘었다. 이밖에 △KB국민카드 7435억원(전년 대비 78.2%↑) △삼성카드 7199억원(62.8%↑) △우리카드 4460억원(63.1%↑) △하나카드 3511억원(60.8%↑)으로 대손충당금이 증가했다.
2024년 전망도 밝지 않다. 경기회복세가 부진하고 금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시장 기대와는 달리, 빨라야 5월이나 6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높은 금리로 저신용자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되면, 카드사 자산건전성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4년에도 지난해에 이어 실적 저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카드사들은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