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서 친구 훔쳐본 중학생…법원 “학폭 맞다”

학교 화장실서 친구 훔쳐본 중학생…법원 “학폭 맞다”

기사승인 2024-02-14 11:21:22
쿠키뉴스 자료사진

중학교 화장실 용변 칸에서 소변보던 친구를 몰래 훔쳐보는 것을 법원이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4일 인천지법 행정1-2부(소병진 부장판사)는 중학생 A군이 인천 모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조치 결정 통보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군이 봉사활동과 특별교육 등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A군이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4월 중학교 1학년이었던 A군은 쉬는 시간에 친구 B군과 학교 화장실에서 물을 뿌리며 장난을 쳤다. 이후 B군이 소변을 보기 위해 용변 칸 안으로 들어가자, A군은 옆칸에 따라 들어가 변기를 밟고 위에서 몰래 B군을 내려다봤다. B군은 바지를 벗은 채 소변을 보다가 기분이 상해 “선을 넘지 말라”며 A군에게 불쾌함을 드러냈고, 결국 한 달 뒤 학교폭력 대책심의위가 열렸다.

B군은 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당시 A군이 내 성기를 봤다”며 “사과하라고 했더니 건성건성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군이 장난을 친 것 같지만 피해가 좀 컸다.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서에 진술했다.

지난해 5월 열린 학교폭력 심의위는 변기를 밟고 올라가 친구의 소변보는 모습을 본 행위는 학교폭력 중 하나인 성폭력이라며 A군에게 봉사활동 4시간과 특별교육 4시간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B군에게 접촉하지 말고, 협박이나 보복행위도 하지 말라”는 처분을 함께 내리기로 했다.

A군은 관할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처분 내용을 통보받자 위법하다며 지난해 6월 법정대리인인 부모를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군은 소송에서 “B군이 숨기 장난을 한다고 생각하고 옆 칸에 들어가 내려다봤다”며 “소변을 보는 것 같아 그냥 (변기에서)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의가 아닌 과실로 봤기 때문에 성폭력은 성립할 수 없다”며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군이 B군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성폭력에 따른 학교폭력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A군은 숨기 장난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둘의 나이와 지능 등을 고려하면 당시 오인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용변 칸에서 B군이 소변이나 대변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A군이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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