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100만원에 달하는 현대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넘’(현아플) 카드가 단종을 앞두고 발급 대란이 일었다. 현대카드는 후속작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고객이 대거 몰리고 있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이날부터 ‘현대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센츄리온’ 시리즈의 신규·교체·갱신 발급을 종료한다.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는 그린, 골드, 플래티넘 3종으로 현대카드가 지난해 5월부터 단독 공급을 시작했다. 연회비가 그린 10만원, 골드 30만원, 플래티넘 10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라인이다. 적립 포인트를 항공사 등 제휴사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고, 각종 호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로마 병사 얼굴이 그려진 디자인, 그리고 유효 기간과 적립 한도가 없다는 점 등으로 출시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다.현대카드가 지난달 25일 단종 소식을 알린 뒤 현아플 발급 수요가 크게 늘었다. 현대카드는 일부 현아플 발급자들에게 “신청이 많아 실물 카드 배송에 4주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신청 후 발급 승인과 직접 수령까지 평균 일주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이 배 이상 걸리는 셈이다.
현아플은 프리미엄 카드인 만큼, 소득 기준이 높고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카드로 긁어야 하는 금액도 많다. 현아플 발급 기준은 연소득 8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발급 후 1년차에는 100만원 이상만 사용해도 10만 MR(멤버십 리워즈)을 적립해주는데, 2년차부터는 연 3600만원 이상 결제가 발생해야 혜택이 계속된다. 매달 300만원씩은 긁어야 한다는 소리다. 연회비도 100만원에 달한다. 현대카드는 후속 상품을 내놓기 위해 여신금융협회 상품 심사도 마친 상태다.
그럼에도 이처럼 발급 대란이 일어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소비자가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업황이 좋지 않아 잇따라 ‘혜자카드’를 단종시키고 무이자할부 등 고객 혜택을 줄이고 있다. 현대카드가 비슷한 선례가 있다는 점도 소비자 우려를 키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 말 ‘코스트코 리워드 에디션1’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리뉴얼 상품인 ‘코스트코 리워드 에디션2’를 출시했다. 연회비나 혜택 조건이 전보다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연소득 발급 기준이 낮아졌다는 소문이 돈 것도 신청 증가에 영향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카드사 대외 환경이 우호적이라면 판매가 부진한 카드를 정리하고, 고객에게 더 좋은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고금리, 조달비용·연체율 상승 등 악조건이 많다. 이전 상품보다 혜택을 축소해 비용 부담을 줄인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사들은 고객 트랜드에 부합하지 않다거나, 수익성이 애매해 효용이 다했다고 판단하는 상품을 주기적으로 점검·정리한다”며 “코로나19 이후부터 확실히 상품 출시부터 단종까지 걸리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