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된 개혁신당이 시작부터 균열이 발생했다. 신당 지지층이 각각 달라 이탈 당원이 발생하면서 주요 인사 간 공방전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제3지대가 화학적 결합에 실패해 비빔밥이 아닌 ‘죽’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16일 개혁신당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합당에 불만을 품고 탈당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해당 글에는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의 합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지층 이탈이 발생하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류 전 의원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류 전 의원은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당내 주류는 어렵다는 비판에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류 전 의원은 지난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페미니즘 노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준석 신당도 맞지만 합쳐진 신당으로 볼 수있다”며 “이곳에서 독자적인 세력으로 제3지대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류 전 의원의 정책 제안이나 시각이 많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며 “당직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류 전 의원의 추천이나 하마평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배 전 부대표는 개혁신당의 당원과 지지자 일원으로 환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개별인사의 입당을 막을 수 없지만 공직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된 개혁신당의 필요성으로 내세운 ‘비빔밥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다른 색을 유지한 채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을 언급한 것과 다른 행보다.
당시 이준석 공동대표는 지난달 “비빔밥 위에 여러 가지 고명이 각각의 색감과 식감을 유지한 채 올라가야 한다”며 “윤핵관이라는 사람은 모두 당근이길 요구한다. 그게 비빔밥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는 통합된 개혁신당은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공동대표가 꺼낸 비빔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정체성 싸움으로 죽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제도적으로 모였다.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았다”며 “전혀 다른 색을 가진 인물들이 같은 팻말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야 당의 정강정책 등을 공감하고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준석 공동대표가 가진 반페미니즘과 보수 정체성은 정의·민주당 탈당 세력과 맞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준석 공동대표의 비빔밥 얘기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맞지만 여러 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꺼낸 얘기에 한계가 온 것”이라며 “이 상태로 가면 정체성 싸움이 격해져 자멸해 ‘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