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판매대리점(GA)이 올해 처음으로 금융감독원 정기검사를 받는다.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과열, 내부통제 강화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GA는 보험 상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보험대리점을 말한다. GA 소속 설계사는 소속 보험사의 상품만을 취급할 수 있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제휴한 여러 회사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2024년도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거절‧삭감, 불합리한 합의 유도 행위,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보험상품 판매 관련 부당차별,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금감원은 설계사 3000명 이상 초대형 GA에 대해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보험회사 정기검사시 판매자회사형(계열사형) GA에 대한 연계검사를 정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조직개편으로 GA를 관리·감독하는 보험영업검사실이 검사3국으로 승격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동안 GA는 수시검사만 받았다.
우선 올해 상반기 정기검사는 설계사 수가 1만명대인 인카금융서비스, GA코리아, 글로벌금융판매 등 3곳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경영 일반으로 검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일단 기존 보험 모집 질서 부문으로만 검사가 진행될 방침이다.
GA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보험시장에서 제판(제조, 판매) 분리 열풍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누적 월납보험료 수입은 생보사 GA 채널이 3341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7% 증가했다. 손보사 GA 채널은 3분기 누계 3007억원을 시현하면서 신장율 24.1%를 기록했다. 생·손보사 GA 채널의 1~3분기 누적 총 수입은 63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39.8%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 수입은 2359억원까지 오르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GA 시장의 빠른 증가는 소비자 수요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경제여건 악화로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서 보장분석,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보험상품 비교에 상대적 강점을 가진 GA채널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형 GA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대형 GA 월납 보험료 수입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GA코리아, 인카금융서비스 등 주요 12대 GA의 생·손보 합산 월납보험료 수입은 1분기 978억원, 2분기 1189억원, 3분기 1245억원으로 급증했다. 3분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0.3% 올랐다.
시장 전체 파이는 빠르게 커졌지만 불완전판매 문제는 여전하다. 금감원이 GA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경력직 설계사를 빼오기 위해 GA가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내거는 등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설계사들이 잦은 이직으로 인해 고객에게 제대로 된 계약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동종 상품 승환계약을 권유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대두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GA CEO 간담회에서도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자제 당부 △업무광고 법규 준수 철저 이행, 준법활동 등 자발적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제재가 강화된 영업행위의 법규준수 철저 이행을 당부한 바 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사 확보를 위한 회사 간 과열 경쟁은 영업 조직 운영 비용 증가로 이어져 모집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며 “모집 시장의 과열 경쟁에 따른 설계사의 잦은 이직은 부당 승환계약과 같은 불완전판매나 민원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금감원은 GA 채널 중심으로 모집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품제조자인 보험사 중심이 아닌, GA에 대한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