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고객 서비스 하락 불가피”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고객 서비스 하락 불가피”

양사 합병, 항공권 가격 및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까
기업결합 후 아시아나항공 스타얼라이언스 탈퇴 수순
“대한항공은 통합 후 운항 늘려 가격 우위 점할 수도”

기사승인 2024-03-13 06:00:32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13개국에서 심사를 완료했다. 미 DOJ 승인만 얻어내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실익이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합병 이후 국제선 항공권 가격 및 서비스가 향상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인천시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18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이후 국제요금 모니터링을 통해 과도한 항공권 운임 인상을 막겠다고 밝혔다. 양사 기업결합 시 운임 인상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FSC(대형 항공사)끼리 통합은 처음인 데다 해외 경쟁 당국이 우려하는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에 슬롯을 양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LCC 슬롯이 양도됨에 따라 기내식을 포함한 서비스 및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FSC를 통해 이용하던 기내 서비스와 운항 스케줄이 LCC로 양도되면서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가면 서비스 품질·스케줄의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라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LCC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가격 메리트가 있어 LCC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고객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 입장에선 서비스와 합리적인 스케줄, 마일리지 혜택을 원한다면 대한항공을 선택하고, 같은 노선인데 가격이 저렴한 것을 원한다면 해당 노선 슬롯을 양도받은 LCC를 선택하는 양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객 입장에서 두 가지 선택권 외에 놓치는 것은 없을까. 

현재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이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다.

양사 기업결합 후 아시아나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어 마일리지를 적립하던 소비자들은 대책이 필요하다 말한다.

이수빈(31) 씨는 “두 항공사의 합병은 소비자들에겐 항공사 브랜드의 다양성이 줄어 이용하던 서비스가 축소된 기분”이라며 “현대자동차가 기아를 별도 브랜드로 남겨 경쟁 체제를 유지해 다양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처럼 양사 합병에도 이러한 사항이 고려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스타얼라이언스 탈퇴로 인해 소멸하는 마일리지에 대해서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통합으로 인한 마일리지나 항공료 등 소비자 피해가 없어야 한다며 재차 경고에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책은 없는 실정이다. 

또한 기존의 인기 노선이 LCC로 양도 되면서 그동안 운행하던 횟수가 줄어 해외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줄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항공사의 운항 횟수의 경우 중복노선에 대해서 대체 항공사를 지정하고 슬롯을 제공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라면서도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당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사 탄생 후 중복노선에 대해 운항 시간대를 재편하고 항공기 소요 대수를 오히려 줄일 수 있어 신규 노선개발, 스케줄 다양화 등 고객의 편의성을 증대할 수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문길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두 항공사의 합병은 대한항공 입장에서 경쟁자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해 메가 캐리어가 되는 것”이라며 “기존에 승객들에게 제공되던 노선권이 줄어든 만큼 향후 운임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대한항공은 통합 후 기존에 운항하던 것보다 더 많은 운항을 통해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매출이 오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양사 마일리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권리보호 측면을 고려해 통합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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