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과는 분자동역학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화학결합으로 분자를 구성한다. 하지만 원자는 수 펨토초(1/1,000조초)에 옹스트롬(1/1억㎝) 수준으로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시공간에 따른 변화 관측이 어려웠다.
이후 분자에 X선을 쏴 회절신호를 분석하는 ‘X선 결정학’이 등장하면서 원자배열과 움직임을 관찰하는 도구도 상당히 발전했지만, 이는 주로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물질 연구에 집중됐다.
비단백질의 작은 분자결정은 X선을 흡수하는 단면적이 넓고 생성되는 신호가 약해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앞선 연구로 단백질 내 화학반응의 전이상태와 반응경로를 3차원 구조로 실시간 규명한 데 이어 이번에 분자단위 시스템에서 비단백질 분자의 구조변화를 최초로 밝혔다.
연구팀은 수 펨토 초의 순간에 변화하는 분자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 시간분해 연속 펨토초 결정학(TR-SFX)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X선 자유전자레이저에서 생성되는 펨토초 엑스선펄스를 반응 중인 분자에 쏴 얻은 X선 회절신호를 분석해 특정 순간 분자구조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실험 시료로 철 포르피린 유도체와 지르코늄 클러스터가 반복적으로 연결된 금속–유기 골격체에 일산화탄소가 흡착된 결정을 사용했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금속이온과 유기분자가 연결돼 형성된 다공성 물질로, 다양한 구조적 기능과 가스 흡착 및 저장, 촉매활성 등의 특성이 있어 여러 산업분야에서 주목받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시료에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를 쏴 광해리 반응을 유도하고, 이후 펨토초 X선 펄스의 회절신호를 분석했다.
그 결과 광해리 반응으로 철 포르피린에 흡착된 일산화탄소가 떨어져 나오면서 철과 지르코늄 원자들의 집단 결맞음 진동 구조, 철 포르피린의 철 이온이 포르피린 평면상에서 벗어나며 지르코늄 원자가 진동하는 구조, 온도 증가에 따라 철과 지르코늄 원자들의 무작위 진동 구조 등 세 가지 구조로 변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이윤범 IBS 선임연구원은 “방대한 양의 X선 회절신호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원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며 “마치 분자의 초고속 변화를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 제1저자 강재동 학생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분자 구조를 정확히 통제해 맞춤형 특성을 가진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는 연구에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촉매, 에너지 저장 및 이산화탄소 포집, 약물 전달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적극적 지원으로 화학적 단결정 분자의 구조변화를 최초로 포착했다”며 “분자단위 화학시스템 연구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서 시간분해 연속 펨토초 결정학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3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