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서 ‘백지화’된 바둑연수원, 영암에서 꽃 필까

삼척에서 ‘백지화’된 바둑연수원, 영암에서 꽃 필까

지난 2020년 타당성 조사 용역 발주했던 삼척, 돌연 백지화
한국기원, 영암에서 150억원 낮춘 국립 바둑연수원 재추진

기사승인 2024-03-29 14:18:24
왼쪽부터 우승희 영암군수, 박창환 전라남도 정무부지사,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 정봉수 대한바둑협회장. 한국기원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전라남도⋅영암군 등과 손잡고 ‘국립 바둑연수원’ 건립을 추진한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0년 강원도 삼척시에서 약 600억원 규모로 건립을 추진했던 바둑연수원 사업이 전면 백지화 된 이후 한국기원⋅대한바둑협회 등 바둑계는 전남으로 무대를 옮겨 재차 시도에 나선다.

삼척시는 4년 전이던 지난 2020년 2000만원을 투입해 ‘바둑연수원 유치를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바둑연수원 사업에 적극 나섰다. 당시 삼척시와 한국기원 등은 정부가 2018년 제정된 ‘바둑진흥법’을 토대로 국비 2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바둑연수원 2~3곳을 건립하는 기본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이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정부는 바둑진흥법과 관련된 별도의 모션을 취하지 않았고,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지자체였던 삼척시 또한 이후 바둑연수원과 관련한 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 삼척시청 뿐만 아니라 삼척시의회도 ‘한국기원 연수원 및 힐링센터 유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국기원 이사로 활동 중이던 김희창 삼척시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초기엔 적극적이었으나 이후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타당성 조사 이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담당자들이 여러 차례 교체됐고, 현재 관련 부처에 바둑연수원과 관련된 내용을 알고 있는 직원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기원 측 이야기도 비슷한데, “구체적으로 추진했던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양호 전 삼척시장(왼쪽)과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삼척시 바둑 연수원 및 힐링센터 유치 협약을 체결했으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기원

이런 가운데 한국기원은 이번에는 전라남도⋅영암군과 힘을 합쳐 국립 바둑연수원 건립을 다시 시도한다.

지난 27일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전라남도⋅영암군⋅대한바둑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국기원은 협약서에 바둑연수원 건립 및 운영⋅활성화에 대한 공동 추진 협약과 연수원 활용 프로그램 개발, 대회 및 행사 개최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는 “전라남도는 매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바둑대회를 개최하며 세계적인 바둑 도시로서 명성을 높였다”면서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전라남도와 영암군,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가 함께 노력해 국립 바둑연수원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와 영암군이 강원도 삼척시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고 국립 바둑연수원을 건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바둑전용경기장 건설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의정부시 상황도 재조명되고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 27일 ‘의정부 바둑전용경기장 신축공사 외 1건 통합건설사업관리 계획의 적정성 기술 자문 요청’을 진행했다. 당초 바둑전용경기장 단일 사업으로 건설 용역을 발주했던 것을 인근 도서관 건립과 연계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영암군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립 바둑연수원 건립 사업이 국가 정책사업으로 진행된다면 영암군에 유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협약식에서 논의가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라남도측도 국립 바둑연수원 건립에 적극적이다. 전남도청은 “전남도와 영암군은 국립 바둑연수원이 국가 정책사업으로 반영되고 영암군 유치가 확정되면, 영암읍 회문리 일원에 국비 450억원을 들여 바둑교육원, 숙박시설 등 바둑 기반시설을 구축해 바둑 대표 지역 브랜딩화와 바둑 특화지역 조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라남도는 영암군이 진행 중인 국립 바둑연수원 기본구상안 수립 용역을 4월까지 완료하고, 협약 기관들이 공동 협력해 2025년부터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적극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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