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 농협에서 직원이 무단으로 고객의 돈을 인출해 사용한 일이 뒤늦게 발각됐습니다.
농협중앙회 충북본부 등에 따르면 충북 한 지역 농협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고객의 정기예금 통장에서 돈을 여러 차례 인출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지난 8일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A씨는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수시로 인출했고 금액은 총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농협은 자체 점검 과정에서 이를 적발해,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덜미를 잡힌 A씨는 지난 3일 인출했던 돈을 다시 입금했고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입니다. 아직 A씨가 어떻게 고객 돈을 무단 인출해 사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농협중앙회 측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A씨를 경찰에 고발한다는 입장입니다.
지역농협 횡령 사고는 잊을만 하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한 금융소비자들은 “‘또협(또 농협)’이냐”, “농협은행은 못 믿는다”, “농협은행에 넣은 예금도 빼야겠다”면서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농협과 농협은행은 뿌리가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로 같지만, 엄연히 별개의 금융기관입니다. 마치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신한은행과 신한저축은행이 다른 회사인 것처럼요.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 산하 은행으로 국민, 신한, 우리은행처럼 제1금융권으로 분류됩니다. 제1금융권은 은행법에 따라 운영되는 금융기관을 말합니다.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5000만원까지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지역농협은 각 지역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출자해 설립한 협동조합으로, 제2금융권에 속합니다.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지만 농협상호금융예금자보호제도로 5000만원까지 보장이 됩니다.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은 전산망을 별개로 쓰고 있고 업무 규정이 다릅니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른바 ‘신경분리’를 통해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의 예금 관련 전산망은 분리된 상태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농협과 농협은행이 고객 정보를 같이 공유한다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라면서 “법인도 다르고 내부통제시스템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 고객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구분하는 방법도 쉽습니다. 간판에 ‘은행’ 문구가 들어가는지를 보면 됩니다. 농협은행은 들어가고 지역농협은 빠져있습니다. 계좌번호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계좌번호 앞자리 또는 중간에 01·02·12가 들어가면 농협은행, 51· 52·56이 들어가면 지역농협입니다.
사건사고 발생 건수를 보면 농협은행과 지역농협 간 격차도 나타납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563억원으로, 농협은행(31억원) 보다 훨씬 많습니다.
지역농협 횡령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으로는 솜방망이 징계가 꼽힙니다. 같은 기간 농축협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에 대한 임직원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 238건의 횡령사고와 관련해 총 6824건의 징계가 이뤄졌는데, 이 중 ‘해직’된 건 674건으로 전체 징계의 10%를 밑돌았습니다. 51%(3478건)가 ‘견책’과 ‘개선요구’로 마무리됐습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