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신용대출 받는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가계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919.5점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평균은 927.6점, 인터넷은행 3사 평균은 906점이었다.
5대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 3사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11월 이래 계속 상승세다. △11월 896.8점 △12월 898.6점 △1월 904.1점 △2월 916.8점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937점으로 평균 취급 신용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곳은 케이뱅크로, 유일하게 800점대(896점)에 머물렀다. △신한은행 929점 △NH농협은행 928점 △토스뱅크 919점 △KB국민은행 907점 △카카오뱅크 903점이었다.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도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자 부담이 높다.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으로 분류되는 취약차주를 대상으로는 금리가 두 자릿수대도 나왔다. 토스뱅크는 신용점수 650~601점대에 금리 11.30%를, 600점 이하에는 10.67%를 적용했다. 신한은행은 600점 이하에 금리 10.70%를, 우리은행은 10.14%를 보였다.
5대 시중은행 중 최근 1년 새, 가장 큰 폭으로 평균 취급 신용점수가 오른 곳은 농협은행이었다. 농협은행은 평균 취급 신용점수가 지난해 3월 895점에서 928점으로 33점이 올랐다. 하나은행은 26점(911점→937점), 신한은행 7점(922점→929점), 우리은행 14점(923점→937점)이 올랐다. KB국민은행은 943점에서 907점으로 36점이 떨어졌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가 유일하게 평균 취급 신용점수가 54점(865점→919점) 올랐는데,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을 통틀어 가장 상승폭이 컸다. 케이뱅크는 33점(896점→929점), 카카오뱅크는 11점(914점→903점) 내려갔다. 토스뱅크 측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평잔 30%라는 목표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이 수치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취급 신용점수가 오르는 배경 중 하나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반등이 지목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달 말(0.38%)대비 0.07%p 오른 0.45%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향후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권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대출 심사에 변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상대적으로 원리금 상환 여력이 있는 고신용 차주들이 대출을 더 많이 받는 등 외부적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신용등급 높은 고객들이 은행권에 몰린 영향이 크다”며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