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노리는 일본에…고민 깊어진 개인정보위

네이버 ‘라인’ 노리는 일본에…고민 깊어진 개인정보위

- 일본 정부 네이버 조사 협조 요청에…개인정보위 “회신 아직 안 해”
- 해외 정부 첫 조사 협조 사례될까…‘제2의 독도사태’ 반발도 커
- 국경선 없어지는 데이터 시대…해외 협력 힘 쏟는 상황도 ‘변수’

기사승인 2024-05-08 06:00:14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2024년 제7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라인 사태’와 관련 국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장고에 돌입했다. 라인야후(라인)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협조 요청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이번 라인 사태 관련 일본 정부의 조사 요청은 해외 정부에서 개인정보위에 협조를 구한 첫 사례다. 국내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해외 정부의 첫 협조 요청인 것이다.

일본 1위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은 국내 기업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상호합의에 따라 각각 개발권과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두 기업은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의 주식을 절반씩 보유 중이다. 라인의 데이터는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관리한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에서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되며 발생했다. 일본 총무부는 지난 3월 라인이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도 포함됐다. 오는 7월1일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한국 개인정보위에 네이버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관한 조사에 협조해 줄 수 있는지 이메일로 질의했다. 공식적인 형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개인정보위는 회신 방향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에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조사에 국내 개인정보위가 선뜻 응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이번 행정지도가 라인의 경영권을 네이버로부터 탈취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달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측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 네이버는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국내 시민단체도 라인 사태 관련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 중이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 준비위원회(준비위)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사태가 라인을 완전히 탈취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아닌지 의심한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디지털 공간과 주권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라인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독도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개인정보위가 일본의 조사 요구에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정부에서 이미 독단적으로 움직여 네이버의 지분을 압박했다. 개인정보위 조사 요청은 사후 합리화를 위한 수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개인정보위에서는 해외 정부와의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개인정보 등 데이터의 중요성을 더욱 가속화된다. 데이터에는 국경이 없기에 국제 협력은 꼭 필요하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10월 개인정보분야 국제협의체(GPA) 총회에서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개인정보 정책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유지 아사이 일본 개인정보위 위원과 양자회의도 진행했다.

국내 개인정보위가 해외 정부에 요청, 조사가 어려운 글로벌 기업 자료를 확보한 일도 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요청은 실무적인 수준의 협조를 구하는 이메일이었다”며 “(회신 여부와 관련해) 향후 문제가 될지 현시점에서 예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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