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많은 아동·청소년이 방과후에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여가생활 대부분을 학업에 사용하고 있는 이다. 여가생활을 만족하는 아동·청소년은 전체 중 절반(2021년 기준 47.9%)이 되지 않는다. 놀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이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학부모의 ‘학업 압박’을 제거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연구에 따르면, 방과후 아동·청소년이 주로 하는 활동은 ‘학원이나 과외’(2018년 기준 4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평균점수 기준 81개국 중 수학 3~7위, 읽기 2~12위, 과학 2~9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공부를 잘하기 위해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부해 투자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한국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2020년 기준 10점 만점 중에서 6.80점으로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만 15세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67%)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6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지난 2019년 한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제 5-6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한국 아동이 경험하는 학업에 대한 지나친 부담과 스트레스를 우려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학부모의 성취압력과 학습 관여를 주목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부모의 성취압력 및 학습관여가 아동의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학업 스트레스와 학업적 실패내성의 매개효과에 주목하여’ 보고서에 따르면, 모의 성취압력은 자녀의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에서 지나치게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양육방식은 자녀의 낮은 삶의 만족도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부모의 성취압력은 자녀의 실패 내성을 낮춰 결국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인 이의빈 서강대 희망연구소 연구원 등은 “성취압력은 학업적 실패 내성에 좋지 않은 영향 준다”며 “학업적 성취에 압박을 가하는 양육방식은 자녀의 학업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학업에 지나친 성취를 강요하거나 기대하는 양육방식은 자녀가 학업 영역에서 경험하는 실패에 건설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낮아진 실패 내성은 자녀 스스로 자신의 삶에 만족을 낮춘다는 게 연구 골자다.
연구진은 “학업이 중요시되는 아동기의 발달단계에서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의 저연령화 현상, 그리고 과도한 학업 부담이 나타나는 것이 아동이 처한 현실”이라며 “학업 압박은 아동이 학업적 영역에서 경험하는 실패에 대해 탄력적이고 도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이끌어 아동이 자신의 현재 삶을 만족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부연했다.
부모가 학업과 삶에서 자녀에게 지나친 압박과 기대를 가하기보다 자녀에게 적절한 수준의 지지와 관여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연구진은 “부모의 학습관여는 자녀의 교육지원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자율성을 지지해 가정 및 학교 내・외의 다양한 교류를 제공하는 형태가 적절하다”며 “부모의 이런 관여는 자녀에게 적절한 교육적 환경구조를 제공하고, 자녀가 부모의 관심을 느껴 자녀의 학업과 삶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