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업체로부터 강제 연차 사용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단체는 병원 경영 위기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시켜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는 2일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간접 고용 노동자를 경시한 결정을 즉시 철회해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고대구로병원 미화용역업체인 태가비엠은 병원 지시로 청소노동자 125명에게 앞으로 하루 30분씩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6월부터 매일 30분씩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이로 인한 급여 손실도 상당액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에게는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현장 노동자들은 공지와 관련해 사전에 병원이나 업체와 논의한 적이 없으며 노동 조건이 악화되는 중대한 결정에 현장 노동자가 배제된 것은 비상식·비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 조치에 앞서 병원 소속 청소노동자 전원은 병원에 의해 연차 휴가를 강제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이 경영 위기를 핑계로 노동자의 생존권에 대한 불안과 위기를 야기한다면 전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특히 간접 고용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불공정, 불합리에 대해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이 임금체불·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병원 경영난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대해 노조 차원의 전면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들은 이달 3일 국민여론조사 결과 발표, 4일 국회 토론회, 12일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한편, 지난 2월20일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이후 대학 병원들의 경영난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로 만들었고 경북대병원도 마이너스 통장 규모를 1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늘렸다. 충남대병원도 현재까지 매달 100억∼15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진료과 폐쇄, 기능 축소, 부서 통폐합을 비롯해 직원들의 무급휴가·휴직, 명예퇴직, 연차휴가 사용 등을 권고하고 있는 추세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