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공모 혐의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중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장외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수원지검은 판결을 통해 이 전 부지사의 범행 실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오늘 판결을 통해 이화영 피고인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서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용 대납 명목으로 500만 달러,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대납 명목으로 300만 달러 등 쌍방울 자금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불법 대북송금 범행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설명도 있었다. 스마트팜 비용 500만불 대납과 관련해 북한에서 경기도가 과감하게 협력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기대했고, 이에 이 전 지사가 경기도 차원에서 북한에 500만불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이를 대납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불 대납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론됐다. 지난 2018년 9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배제된 것이 계기가 됐다는 내용이다.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가 도지사 방북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받았고 김 전 회장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김 전 회장에게 북한이 요구한 도지사 방북비용을 대납하게 한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편파적인 판단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 전 부지사의 법률대리인인 김현철 변호사와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했다”며 “편파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철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화영 때문에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하게 됐고, 이화영이 쌍방울 대북사업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으로 주가가 폭등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북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이 사건이 시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을 부패 뇌물 사건으로 조작해 구속했던 세르지오 모루 판사가 떠오른다”며 “다음 항소심에서 평균적인 법관이 판단한다면 결과는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민 변호사도 “재판부의 판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성태는 정직하고 이화영은 거짓말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재판했다. 이 판결은 전제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판결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유죄 가능성과 관련해 저격에 나섰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북 송금 의혹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이 됐다”며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 앞에 놓인 현실을 바로 보라. 이제 모든 초점은 이 대표에게 맞춰졌고 더욱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속한 민주당은 방어에 나섰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이 자행한 조작 수사가 점차 드러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상당 부분 채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 전 회장 등의 진술 번복에 검찰 회유와 압박이 있었음이 폭로됐고,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내세워 주가 조작을 한 정황이 담긴 국정원 보고서도 보도됐다. 이는 진술을 조작하고 짜맞춘 수사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같은 날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를 쌍방울이 대납하려고 했다는 점이 모두 인정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