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號 산은 2주년…‘매각 공회전’에 ‘신중모드’

“HMM 매각 계획 없어…논의 결렬 후 현 상황 유지 중”
KDB생명 ‘정말 아픈 손가락’…“가치 제고 우선 검토”
산은 부산 이전, 포기할 수 있는 사안 아냐…강력한 추진의지 드러내

기사승인 2024-06-11 18:02:52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여의도 본사 7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취임 1주년 당시 강 회장은 최우선 과제로 HMM과 KDB생명의 매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꼽았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건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비롯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 정부의 정책 부응 등 추가적인 과제들을 떠안게 됐다. 이에 대해 강석훈 회장은 매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과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양새다.

11일 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강석훈 회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그간 이뤄낸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했다. 강 회장은 “정부는 최근 산업은행 출자를 통해 반도체 지원을 위한 17조원의 자금공급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정부 출자 이전에라도 빈틈없는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 폭도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첨단산업전략 육성 기본계획에 발맞춰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며 “이는 전 산업에 걸쳐 연간 8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 및 14만명의 고용유발 효과 등이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HMM과 KDB생명 매각 불발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HMM의 경우 지난해 연내 매각을 목표로 인수전을 펼쳤지만, 최종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과의 이견으로 매각이 최종 결렬됐다. KDB생명은 하나금융지주와 KDB생명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특히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HMM과 KDB생명 매각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HMM의 매각 계획이 현 시점에서 없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HMM의 경우 최근 매각 계획이 결렬된 이후 한국해양공사와 논의되거나 협의 되는 상황은 없다”며 “결렬 이후에는 현재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재매각이 추진된다면 산은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 정책 등 기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합의된 안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 같다”며 “그 시기가 몇 달 내로 올 것 같지가 않아서 지금 당장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KDB생명의 경우 ‘아픈 손가락’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KDB생명 매각건에 대해서 “KDB생명 매각에 실패했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다”며 “아픈 손가락 중 정말로 많이 아픈 손가락”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매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왔지만 원매자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KDB생명의 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해 보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할 지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MM은 정상기업, KDB생명보험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인 만큼 추후 매각 추진도 다르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11일 강석훈 회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산업은행 노조에서는 부산 이전 반대 목소리가 높다. 사진=김동운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처음 시작할 땐 많이 떨렸고 60여개의 PF사업장이라는 접시를 동시에 돌리면서 깨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됐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영구채 전환이 의결되면서 6월 내로 정리가 되며 자본이 조만간 플러스 될 것”이라며 “회계법인의 적정성 평가에 이어 하반기에는 주식을 재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의 경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강 회장은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산은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금융위와 함께 부산 이전 필요성을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온 바 있다”며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갈 것”고 말했다.

산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대해선 “부산 이전은 산은으로서 포기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지난 1월 민생토론에서 지시하신 사항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은은 부산 이전의 실질적인 효과가 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직 개편을 통해 부산에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