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일주일가량 남긴 가운데 원희룡‧나경원 당대표 후보의 단일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동훈 후보가 일부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자 두 후보가 전당대회 직전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꺾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높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 후보와 나 후보의 단일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원 후보와 나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는 건 이제 필수불가결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와 나 후보는 각자 자신으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 후보는 16일 서울시 중구 소재 시립서울청소년센터에서 교육격차해소플랫폼 서울런 멘토단 멘티 학부모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아직 단일화에 대해선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대화나 제안에 대해)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단일화를 한다면 자신을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위적인 단일화는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여론추세나 제반사정에 비춰볼 때 자연스럽게 나를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원 후보는 16일 “전당대회 전 단일화하기엔 이미 시간이 늦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투표하고 결선에 가면 진심으로 돕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1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돕게 되면 나 후보가 나를 돕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는 두 후보의 단일화설을 평가 절하하면서 높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6일 채널A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그냥 나를 꺾어보겠다는 건데 그런 정치공학기술이 민심이나 당심을 꺾을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대한 기조를 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전당대회 날짜가 임박했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양보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또 후보들의 지지 세력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단일화가 독이 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나 후보 측 지지층은 비교적 비윤석열계에 가깝고 원 후보 측 지지층은 친윤석열계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이에 만약 단일화를 진행하면 오히려 한 후보 측으로 지지율이 빠질 거라는 관측이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6일 쿠키뉴스에 “(현 어대한 기류에) 단일화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 같다”며 “두 후보의 지지층이 다르기 때문에 100% 모든 표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한 후보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기 때문에 원 후보나 나 후보 모두 막판에 양보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