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의 몫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전공의 단체가 수평위 내에서 정부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복지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유하며 “정부가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수평위는 전공의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통해 전공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지난 2016년 설립된 복지부 산하 위원회다. 전공의법 제15조에 따르면, 수평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수평위 위원은 총 13명이다. 그간 대한의사협회(의협) 추천 위원 1명,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추천 위원 2명, 대한병원협회(병협) 추천 위원 3명, 대한의학회 추천 위원 3명, 복지부 장관 지정 전문가 위원 3명, 복지부 당연직 위원 1명 등으로 운영돼 왔다.
개정안은 이 중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 3명을 5명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복지부는 해당 내용이 담긴 전공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8월12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수평위의 전문적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의 이번 개정안을 수평위 내에서 정부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기존 수평위 위원 구성이 병원장, 교수들로 채워져 전공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가 부족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2024년 2월 기준 병협 추천 위원은 모두 병원장이며, 의협·의학회·전문가 위원은 모두 교수로 복지부 과장 1인, 전공의 2인을 제외하면 전원 수련병원장과 교수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수평위는 복지부 산하 기구이면서 사무국 업무는 사용자인 병협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전공의법 시행 당시부터 지금까지 대전협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평위가 이번 의정 갈등 초기에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연락처 등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통로로 활용됐다는 주장도 폈다. 또 수평위 위원 구성을 전면 개편해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일부 수평위 위원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 특례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표했지만 이마저도 무시했다”며 “현재의 수평위는 정부와 병원의 입장을 대변할 뿐 전공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으며, 전공의를 상대로 한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방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평위는 입법 취지에 맞게 전공의를 보호하고 근로와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정부와 병원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