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특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술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오히려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FA는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 드립니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Q&A’ 게시물을 올렸다. 클린스만 경질 사태 이후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보이던 KFA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월 KFA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전격 경질하고 새 사령탑을 물색했다. 5개월간 여러 감독 후보와 면접을 진행했고, 그중 엘링 홀란과 황희찬 등을 지도한 제시 마치(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와 ‘위르겐 클롭 사단 출신’ 다비트 바그너 등과 계약에 근접했다. 특히 바그너 감독은 직접 PT 면접을 준비하며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향한 열망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 선임 전권을 받은 이임생 이사는 외인 감독들이 KFA 철학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이사는 한국 귀국 후 곧바로 홍 감독을 찾았고 2시간 만남 뒤 그를 선임했다. 홍 감독과는 제대로 된 면접도 보지 않은 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을 졸속으로 확정한 셈이다.
KFA의 비정상적인 행정에 축구인도 목소리를 냈다. 감독 선임 과정에 직접 참여한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은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KFA를 직격했다. 박지성·이영표·이천수 등 한국 축구 레전드들도 KFA의 불공정한 행정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에 KFA는 선임 과정 전체를 이례적으로 밝히면서 “있는 규정을 모두 지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정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감독 선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절차를 진행했다”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임의로 행정 절차를 밟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홍 감독을 둘러싼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적반하장’ 태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PT나 여러 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점에 KFA는 적극 해명하며 “국내 감독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 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외국인 감독들이 준비한 자료도 언급했다. A 감독은 22페이지의 자료와 대표팀 경기 영상 16개를 면접 때 발표했다. B 감독은 16페이지 PT 자료를 준비했다.
KFA는 “외국인 감독은 장문의 분석 자료를 제시했다”며 “홍 감독의 면담이 특혜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자료를 잘 준비하면, 그 감독이 의욕과 성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최종 3명의 장단점이 평가된 것이지, 면담 방식에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KFA는 홍 감독 면접을 보지 않았다고 공식 인정한 셈이다. 입장문에 따르면, KFA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홍 감독에게 전술 철학, 대표팀 운영 비전, KFA 기술 철학, 연령별 대표팀과 연계 등 중요 사안을 확인하지 않았다. 나름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자신들의 부족한 행정 및 허술한 절차를 스스로 공개한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