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지 않아”…‘티메프’사태에 패션업계 셀러도 긴장

“남 일 같지 않아”…‘티메프’사태에 패션업계 셀러도 긴장

금감원, 이커머스·버티컬 플랫폼 대상 긴급 점검
업계 “재무건정성·안정적 사업 구조 등 갖춰야”

기사승인 2024-07-30 18:25:19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상품을 환불받기 위해 모여든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티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의 여파로 인해 자본 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패션 플랫폼 안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메프 사태로 인해 국내 패션 플랫폼 셀러와 이용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점사 대금 지급 현황 등 긴급 점검에 나섰다. 점검 대상에는 종합몰 외에 패션을 포함한 버티컬 플랫폼도 포함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티메프 사태가 셀러들이 오랫동안 지적해 온 이커머스 정산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지연 정산 여부, 입점사 이탈 여부, 미정산 잔액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미정산 사태가 사실상 운전 자금이 바닥난 수준의 취약한 재무구조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패션 플랫폼 등의 ‘유동자산 현황’도 살필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패션 플랫폼이 자본잠식(기업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현상) 상태라는 것이다. 에이블리, 브랜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퀸잇, 크림 등은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여성 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이 2595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5% 증가하면서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설립 후 2022년까지 7년 연속으로 적자를 면치 못해 결손금이 2042억원에 달한다. 

여성 패션앱 브랜디와 남성 패션앱 하이버를 운영하는 뉴넥스도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 결손금이 1921억원이다. 명품 플랫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은 각각 236억원, 654억원, 785억원의 미처리 결손금이 있다. 결손금은 매출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금액을 말한다. 

서울에 있는 한 무신사 매장. 사진=심하연 기자

다만 오프라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무신사나 W컨셉 등은 비교적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현금성 자산이 4200억원에 달하고 자본총계도 6800억원 이상이다. 무신사는 빠르게 성장하며 이를 토대로 오프라인 등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W컨셉은 재무제표상 결손금이 없고 자본총계는 164억원이다.

소규모 셀러가 많은 패션 플랫폼 특성상 플랫폼 자산이나 정산에 문제가 생길 시 ‘직격타’를 입는 판매업자가 많다.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한 판매자는 “이번 티메프 사태를 보고 터질 게 터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 일 같지가 않다”며 “이번 사태는 고액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 위주로 조명이 됐지만, 식품이나 의류업을 하는 영세 판매자들도 피해를 많이 입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패션업계 판매자들 사이에선 플랫폼의 돌려막기식 정산 제도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며 “주요 이커머스를 포함해 패션 플랫폼 등도 경각심을 가지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패션 플랫폼 C사에 입점해 있는 한 판매자도 “입점 수수료 등으로 플랫폼 입점을 유지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이런 일까지 생기니 불안하다”며 “플랫폼 재무상황이 생각보다 더 안 좋은 것 같다. 우리같은 영세 의류 판매업자는 정산금이 조금만 밀려도 타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앞으로 이커머스가 셀러와 소비자에게 재무건정성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플랫폼 재무구조 등에 관심을 갖는 셀러와 소비자가 급증했다”며 “업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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