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6개월 이상 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평소보다 응급 의료 수요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추석 연휴기간에 진료 과부하로 인한 ‘응급실 연쇄 셧다운(운영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인력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40대 환자가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병원 14곳을 돌다 결국 119 구급차에서 숨을 거두는 일이 발생했다.
전공의 없이 버티던 전문의도 응급실을 떠나고 있는데다 그나마 전공의 빈자리를 메워주던 간호사들마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달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91%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에 실패하면 오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인력 부족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평소보다 많게는 2배 가까이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석 연휴에 진료 과부하로 인한 ‘응급실 연쇄 셧다운(운영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당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2만3,000건 가량이었다. 명절 당일 2만5,000건과 다음 날 2만4,000건에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으며, 이는 평상시 평일의 1.9배 수준이다.
정부는 당초 26일 예정이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하루 앞당긴 지난 25일에 개최하며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날 조규홍 중수본부장은 보건의료노조에 “노조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파업하게 될 경우 환자와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생각해달라”며 “집단행동보다는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응급 환자의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 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 의료 기관을 중심으로 비상 진료를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