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공언해온 도의회와의 협치가 업무보고, 추경편성 등 과정에서 잇단 파열음을 내며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김 지사가 선거기간과 당선인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여야를 떠나 협치를 강조해온 만큼, 최근 연이은 도의회와의 마찰에 대해 실망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추경예산안 심사가 열릴 경기도의회 9월 임시회가 김동연표 협치에 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 추경예산안 발표에 도의회 국민의힘 ‘발끈’
K-컬처밸리 토지매입비 반환금 1524억원 ‘발등의 불’
이희준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22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예산 대비 9867억원 증액된 총 37조1077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발표한 날, 도의회 국민의힘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의 추경안 발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정호 대표의원은 이날 “경기도가 민생회복 추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사업에 소요되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단 한 차례도 도의회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도의회는 물론이고 1410만 도민을 기만하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번 추경은 김동연 지사의 독불장군식 행정 추진을 위한 불량예산 편성에 불과하다”며 “도정에는 관심 없고 개인 정치에만 급급한 결과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추경안 항목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추경을 놓고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경안에 포함된 K-컬처밸리 토지매입비 반환금 1524억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토지매입비 반환금은 경기도가 K-컬처밸리 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에 공급했던 상업용지 4만1709㎡를 다시 반환받기 위한 예산이다. 이 부지는 채권화→유동화→채권양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현재 한 증권사에서 채권을 소유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6월 28일 CJ라이브시티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관련 협약에 따라 90일 이내에 반환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경기도금고 계좌에 대한 가압류 가능성도 있다. 시한은 9월 26일까지다. 이 경우 도의 다른 사업에도 영향이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의회를 찾아가 이 같은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면서 “추경에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정호 의원은 27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고양 K-컬처밸리 관련 추경 1524억원은 특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계약해지 90일 이내에 토지매입대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경기도금고 계좌에 대해 가압류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인 만큼 예산안 편성을 위해 도의회와 사전 협의가 중요함에도 이를 방관한 경기도의 안일함에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도의회 국민의힘이 K-컬처밸리 사업 계약해지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도 추진하면서 경기도와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는 공포해놓고 업무보고는 왜 ‘딴청’
도의회 운영위원회 파행에 국힘, 조례 개정 ‘강수’
협치 산물 ‘여야정협치위원회’ 유명무실...1년여간 열리지 않아
지난달 25일 발생한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의 파행은 경기도지사 비서실장과 보좌진 등의 업무보고 불참이 발단이 됐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6월 27일 도지사 비서실과 보좌기관을 행정사무감사와 업무보고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행감 대상에 새로 포함된 도지사 보좌기관은 정책수석·정무수석·기회경기수석·대외협력보좌관·행정특보·국제협력특보 등이다. 김 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를 수용하면서 해당 조례는 지난달 18일 공포됐다.
강민석 도 대변인은 당시 언론 서면브리핑에서 “김 지사는 '지난 2년간 협치의 정신으로 도정을 이끌어왔다. 이번 조례안이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나 여야가 합의해서 조례안을 통과시킨 만큼 재의요구를 하지 않고, 대승적으로 공포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정곤 비서실장과 신봉훈 정책수석 등 도지사 보좌기관은 업무보고 서면자료만 제출한 채 도의회 출석을 거부했고, 운영위원회는 파행을 겪었다. 양우식 운영위원장은 “이것이 도지사가 말한 협치의 정신인가”라며 집행부의 태도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와 도의회가 협의 끝에 운영위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제부지사 소속의 보좌기관과 부서에 대한 경질·개편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권한’ 논란도 제기됐다.
이들의 업무보고는 9월 임시회에서 진행하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국민의힘은 ‘경기도의회 회의규칙’에 업무보고에 대한 조항을 명시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 도의회 출석 관계 공무원의 범위에 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지사 비서실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강제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합심해 도정 핵심 현안과 주요 조례와 예산안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한 ‘여야정협치위원회’는 1년여간 단 한 차례도 정례회가 열리지 않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수원=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