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이대로 잡힐까…美연준 빅컷에 숨죽인 시장

가계대출 이대로 잡힐까…美연준 빅컷에 숨죽인 시장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가계대출 수요 다시 자극하나
“과열되면 다시 규제” 고삐 죄는 당국

기사승인 2024-09-20 06:20:04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소폭 둔화됐다. 하지만 가을 이사철과 기준금리 인하 등 가계부채가 다시 오를 요인이 여전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 최대 증가폭 보였던 주담대…둔화 조짐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568조6616억원)보다 2조1772억원 늘었다. 앞서 8월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이 8조9115억원가량 늘어 월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주춤했다.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1043억원 늘었다.

은행권에서 지난 7월부터 줄줄이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 강도 높은 대출 억제 조치를 쏟아낸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9월 전에 주담대를 받으려는 막판 수요가 몰렸던 기저효과도 해소됐다.

美연준 ‘빅컷’·계절적 요인…가계대출 수요 다시 자극하나

하지만 아직 둔화 진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전날 오전 3시 0.5%p 기준금리 인하(빅컷)를 단행했다. 4년6개월만에 단행한 금리 인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이후 19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던 한국은행도 10월, 혹은 늦어도 11월에는 인하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금리를 낮추면 가뜩이나 심상치 않은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 한은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이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입)를 막겠다며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잇따라 중단해 입주자의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를 비롯해,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는 등 가계대출을 다시 밀어올릴 요인이 적지 않다.

아울러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 산정에 반영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전날 8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 대비 전월 대비 0.06%p 하락한 3.3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바뀐 코픽스를 반영하면서 대출금리는 20일부터 낮아지게 된다.

당국 “증가폭 잡히지 않으면…추가 수단 적기에 과감히 시행”

당국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대출은 9월부터 시행된 정책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2단계 스트레스 DSR과 은행권 자율 심사기준 강화 등 가계부채 관리대책 효과를 세밀히 점검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며 “필요 시 상황별 거시 건전성 관리 수단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담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금융채 5년물 유통수익률은 미국 및 국내 시장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선 반영된 상태”라며 “미국 금리인하가 국내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을과 연말이 다가올수록 새학기 시작 등 계절적 이유로 이사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담대 수요가 앞으로도 당분간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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