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재밌어요”…‘파인’이 깨운 임수정의 욕망 [쿠키인터뷰]

“연기가 재밌어요”…‘파인’이 깨운 임수정의 욕망 [쿠키인터뷰]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 주연 배우 임수정 인터뷰

기사승인 2025-08-20 06:00:09
배우 임수정.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작품 욕심이 생겼어요. 양정숙처럼 욕심쟁이가 됐나 봐요(웃음).”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로 변신의 묘미를 맛본 배우 임수정(46)의 말이다.

양정숙은 굳이 욕망을 숨기지 않는 흥백산업 천회장(장광) 후처로, 임수정이 연기한 인물이다. 새침한 얼굴로 대놓고 나쁘게 구는데, 어쩐지 외로워 보여 작정하고 미워하기도 힘들다. 한마디로 매혹적이다.

그간 맡아온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 그럼에도 맞춤복을 입은 사람처럼 소화해 냈다. 1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수정은 “20대 때부터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많이 말했더라.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용기 있게 선택한 것 같다”며 운명처럼 성사된 양정숙과의 만남을 돌아봤다.

특히나 양정숙에게 끌렸던 이유 중 하나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면모가 반영된 대사였다. “양정숙은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그 감정을 늘 자기 입으로 내뱉어요. 근데 그게 욕설이든 흥정이든 모든 언어가 자신을 위한 말이에요. 타인을 위하는 대사가 단 하나도 없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신나더라고요. 배우가 몰입해서 즐겁게 연기하면, 보시는 분들도 느끼시잖아요. 그래서 재밌어 해주신 것 같아요.”

밀실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변화하는 양정숙과 오희동(양세종)의 관계도 재미를 배가하는 포인트였다. 없다시피 한 양정숙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선한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나마 꼽으라면 오희동과 선자(김민)고요. 그래서 양정숙에게는 오희동이 달라 보였을 거예요. 밀실 이후에 마음을 혼자서 키웠을 거라고,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어요. 감독님은 돈과 권력은 잘 알지만 사랑에서만큼은 서툴고 순수한 캐릭터로 보이길 바라셨어요. 그 의도에 잘 맞추려고 노력했고요.”

양정숙이 기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춤을 추는 신은 애청자라면 꼭 짚고 넘어가는 명장면이다. 강윤성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금고에 들어가서 도장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정도로 대본에 적혀 있었다면, 이 부분을 감독님이 이미지화하신 거예요. 그 시대 춤을 추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맘보 같은 발재간이랄까요. 연습하는데 잘 안됐어요. 근데 감독님이 제가 민망할까 봐 같이 춰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두세 번 촬영했어요. 결과적으로 양정숙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장면이 됐죠. 감독님이 완전 양정숙화된 저를 반가워하셨죠.”

배우 임수정.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지금까지 분했던 인물들과 양정숙, 그 사이 얇지만 견고한 한 겹을 벗겨낸 임수정은 후련해 보였다. 다시금 연기가 재밌어졌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장르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나 확장한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다양하게 작품과 배역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를 알 것 같고, 연기가 쉽고 이런 건 아니지만, 정말 재밌어요. 배우 일을 계속해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니까요.”

이 순간을 줄곧 기다려왔지만 조급하진 않았단다. 임수정은 오히려 “지금이 타이밍”이라며 더 서늘한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이 적기라서 ‘파인: 촌뜨기들’ 같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작품이 앞으로의 제 인생에서 캐릭터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행운이죠. 정말 감사해요.”

그렇다고 지금의 임수정을 있게 한 로맨스를 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의 바람은 이뤄질 듯하다. 20년여 전 드라마지만 최근 재조명받고 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여전히 추억하는 시청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 않았던 역할들을 하면 저도 몰랐던 톤, 표정, 리듬을 발견하게 돼요. 하지만 로맨스나 멜로도 놓칠 수 없죠(웃음). 제안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양정숙, 저리 가!’ 할 수 있어요. 유튜브 댓글을 보는데 누가 양정숙은 죽은 거냐고 물어보니까, 어떤 분이 ‘소지섭이 데리러 올 거야’라고 답하셨더라고요. 이렇게 세계관을 연결하는 게 너무 귀엽고 웃겼어요. 또 절절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작품을 할지도 모르죠.”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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