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해 온다…2025년 새 트렌드는 ‘아보하’ [가봤더니]

뱀의 해 온다…2025년 새 트렌드는 ‘아보하’ [가봤더니]

25일 프레스센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5’ 미디어데이 열려
김난도 교수 “2025년 트렌드 ‘스네이크 센스’로 정리
보통의 하루와 무해함, 1%의 성장에서 답 찾아야
디지털 편리함 속에 ‘물성’이 더욱 귀해지는 사회 될 것

기사승인 2024-09-25 12:11:47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5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사진=이영재 기자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단어로 ‘소확행’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 피로증’, 일종의 ‘행복 강박’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5년은 소확행을 대체할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으로 ‘아보하’, 즉 ‘아주 보통의 하루’가 떠오를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길었던 폭염도 점차 기세가 누그러들면서 2025년 뱀의 해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 바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김난도 교수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5’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난도 교수는 2025년을 강타할 새로운 트렌드를 ‘스네이크 센스’로 정리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펴낸 지 17년이 됐다”면서 “매년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의 이름으로 주제를 잡아 왔는데, 2025년은 ‘스네이크 매직’ 등 다양한 단어를 고민하다 ‘스네이크 센스(SNAKE SENSE)’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뱀에 대해 스터디를 하다보니, 아주 감각이 예민하고 민감한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후각이 발달했고, 야간에도 잘 볼 수 있으며 진동과 공기 움직이 등을 감지하는 능력을 지닌 동물”이라고 뱀을 소개했다. “예민하게 센싱하는 뱀을 키워드로 삼아 스네이크 센스를 만들었다”고 부연한 김 교수는 S, N, A, K, E, S, E, N S, E 총 9개의 키워드로 2025년을 예측했다.

먼저 첫 번째 S의 키워드는 ‘옴니보어’다.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지면서 집단의 차이는 줄고 개인의 차이가 늘어나고 있는 세태를 짚었다. 옴니보어란 ‘잡식성’이라는 의미지만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있다. 고정관념이 사라진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든 전제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다음 키워드 N은 이른바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다. 불행한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 최근 풍토를 담았다. 오늘 하루 무사히 넘어간 것에 감사하며,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행복한 일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안온한 일상에 만족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김 교수는 “소확행 개념이 너무 확산되면서 본질을 잃고 과도하게 피로해졌다는 점이 문제”라고 분석하면서 “행복을 자랑해야 하고, 행복을 과시해야 하는 의무감으로부터 탈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행복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게 감지된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5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사진=이영재 기자

다음 A는 토핑경제, K는 페이스테크다. 토핑경제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요아정’과 이미 뉴노멀로 자리잡은 마라탕 등이 예시다. 본 제품 못지않게 토핑에 더 신경을 쓰는 세태와 관련이 깊다. 페이스테크는 무생물인 기계에 표정을 입히는 기술로, 생성형 AI 시대의 기술을 짚었다.

다음 E는 바로 ‘무해력’이다. 김난도 교수는 귀여운 뱀이 그려진 트렌드 코리아 2025 마우스 패드에 “오늘도 무해한 하루”라는 문구를 담았다. 작고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 현재 문화가 반영돼 있는 키워드다. 사방이 나를 공격해오는 것만 같은 험한 세상에서 작고 귀엽고 연약한 존재는 그 자체로 힘을 갖는다는 것인데, 김 교수는 “무해하기 때문에 가지는 힘, 즉 ‘무해력’이 화두가 될 것”이라며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의 공통점은 해롭지 않고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S는 그라데이션K, 점점 다문화 되는 우리나라 문화를 담은 키워드다. 외국인 인구 비중이 어느덧 5%에 육박한 한국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지는 E는 ‘물성매력’이다. 디지털이 발달하고 AI가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엄연히 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김 교수는 “물성은 같은 개념이더라도 훨씬 힘이 세다”면서 “인사이드 아웃 2 영화 개봉 전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생각 기차’를 만들어 인기몰이를 했다”고 소개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만 존재했던 팝업스토어가 영화에도 접목된 것인데, 만져지지 않는 영화 속 개념을 현실화해서 ‘물성’을 갖게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한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물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제품의 매력을 어필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므로 ‘물성매력’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N은 ‘기후감수성’이다. 역대급 무더위에 삼켜진 2024년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후감수성은 뜨거워진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덕목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어지는 S는 공진화 전략, 마지막 E는 ‘원포인트업’이다. 공진화 전략이란 상호연결성이 높아진 오늘날의 경제의 핵심 키워드다. 적과 나를 구분하지 않는 상생의 진화 전략, 공진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협력, 누구와도 협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애플이 오픈AI와 손을 잡은 사건 등이다.

원포인트업이란 위대한 인물을 롤모델로 삼아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면서 조금씩 성취감을 쌓아가는 새로운 문화다. 도달 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로 원포인트업이다. 

김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MBTI 열풍이 불고 있는 것처럼, 자기계발도 가장 나다운 성장을 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지금 자기계발의 포인트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예전과 같은 전면적인 자기 개조가 아니라 ‘작은’ 목표와 함께 이뤄지는 ‘꾸준한’ 실천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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