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영풍그룹의 강성두 사장이 경영권을 획득하더라도 중국에 절대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권 확보는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가 살기 위함이며, 추후 중국에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인 MBK와 손잡은 데 따른 부정적 인식에 대해 “직접 경영권 확보를 추진할 수도 있었으나 영풍그룹엔 고려아연 뿐만 아니라 여러 계열사들이 있기 때문에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가문 간의 진흙탕 싸움이 되길 바라지도 않았다”며 “이제 고려아연은 집안 몇몇 사람이 경영을 나눠서 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기에 좀 더 글로벌한 경영 감각과 능력, 그리고 비전을 갖고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MBK와 손잡는 것을 제가 제안하고 결정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와 김광일 MBK 회장이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파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며칠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만약 공개매수가 잘 끝나서 주요 주주가 된다면 울산에 내려가 고려아연 노동자들과 울산시민들을 만나 걱정하시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직접 약속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배경에 대해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양사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지난 4월 일방적으로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등 ‘영풍 죽이기’에 나선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등을 거론하면서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이고, 원아시아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 운용사”라며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원을 투자했다가 1300억원대의 손상 차손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풍의 실적 악화에 대한 질문에 강 사장은 “영풍 주주 분들에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경영을 못한 것이 아니라 이익 수준을 상회하는 환경개선투자비용을 지난 2019년부터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약 4300억원의 자금을 ‘환경’에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추가로 1500억원가량을 더 투자하고 나면 오는 2026년부터는 환경적 측면이나 순이익 측면에서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풍과 MBK는 공개매수 가격을 1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향후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 인상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강 사장은 “추가 인상 계획은 현재로서 없으며 이는 MBK가 결정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또,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현재 주가가 과대평가(오버밸류)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오버밸류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저희가 이러한 가치조차 매수하겠다는 것은 추후 경영권을 확보했을 때 미래에 이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고려아연 측은 영풍 기자회견 직전 발표한 자료를 통해 “영풍은 이번 M&A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밀실 야합’으로 MBK와의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며 “고려아연에 산업폐기물을 떠넘긴 데 대한 사과와 인정이 이뤄져야 하며, 3000억원을 무리하게 차입해 MBK에 돈을 빌려주고도 배당금을 늘리겠다거나 신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등 모순된 발언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