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난에 처한 전공의 수련병원 74곳에 건강보험 급여 1조4843억원을 선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선지급 기조 유지와 상환 유예 등 추가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 수련병원 74곳에 지난해 6~8월분 급여비의 최대 30% 내에서 1조4843억원을 지급했다. 교수들의 집단 휴진 선언으로 선지급 대상에서 보류됐던 세브란스병원 등 8곳도 대상에 포함됐다.
건강보험 선지급은 각 의료기관에 전년 동월 급여비의 일정 규모를 선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제도다. 앞서 5월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로 수련병원이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병영 경영난도 심화해 필수의료 제공과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선지급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급여 선지급 기관으로 선정된 병원은 △중증 환자 진료 지속 유지 △필수의료 유지 자체 해결 노력 △의료수입 감소 등 선지급 요건을 충족한 상급종합병원 43곳, 종합병원 31곳 등 74곳이다. 전공의 수련병원 210개 중 105개 기관이 급여 선지급 신청을 했지만, 31개 병원은 선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요 병원별로 서울대병원은 6~8월에 각각 213억원, 234억원, 227억원 등 총 674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선지급 받았다. △서울성모병원은 총 472억원(6월분 157억원, 7월분 186억원, 8월분 129억원) △삼성서울병원 총 858억원(6월분 264억원, 7월분 305억원, 8월분 289억원) △세브란스병원 총 879억원(6월분 286억원, 7월분 288억원, 8월분 305억원) △서울아산병원은 6월분 338억원, 7월분 410억원, 8월분 358억원 등 총 1106억원을 받았다.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릉아산병원, 울산대병원 등 8곳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선언해 선지급이 보류됐다가 이후 선지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은 내년 1~6월에 걸쳐 이들 병원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에서 6분의 1씩 균등 분할해 선지급된 급여를 회수할 계획이다. 공단 측은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비상진료체계가 지속되고 있어 내년 1분기에 선지급금을 상환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선지급금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일부 의료기관의 의견이 있다”면서 “선지급 추가 지원과 상환 유예 등 지원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전공의 수련병원 절반이 건강보험 선지급을 신청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심각하다”라며 “수련병원의 경영난이 지속되면 병상과 진료가 축소돼 국민들의 피해가 가중되는 만큼 선지급 선정 기준 완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