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인해 1차전 남은 상황에서 ‘에이스’ 원태인을 쓰지 못하게 됐다.
원태인은 21일 오후 6시30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66구를 던져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였다.
대망의 1차전, 삼성은 ‘다승왕(15승)’ 원태인을 내세웠다. 원태인은 앞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 등판해 6.2이닝 1실점 호투를 선보인 바 있다. 컨디션이 좋은 만큼, 박진만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중책을 그에게 맡겼다. 박 감독은 “원태인이 긴 이닝을 잘 소화해줬으면”이라고 바랐다.
원태인은 정규시즌에 KIA전에 두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2.25(12이닝 3실점)로 맹위를 떨친 바 있다. 두 번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호랑이 군단만 만나면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많은 비 예보는 없었으나, 막상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 방수포가 설치됐다 걷혔다는 반복한 끝에, 오후 6시30분이 훌쩍 넘은 오후 7시36분께 마침내 경기가 시작했다.
1회 9구를 던져 삼자범퇴로 마친 원태인은 2회 2사 후 김선빈에게 좌측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3루타를 맞았다. 그러나 후속타자 최원준을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벗어났다. 원태인은 3회말 선두타자 김태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서건창의 희생 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박찬호와 소크라테스를 루킹 삼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순항했다.
KIA 타자들은 원태인의 구위에 눌려 쉽사리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원태인은 시속 145km 안팎의 패스트볼에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KIA 타선에 맞섰다. 그는 4회 김도영,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에 몰렸지만 최원준을 투수 땅볼로 잠재웠다. 5회 또한 삼자범퇴로 끝냈다.
5회까지 원태인의 투구수는 단 66구. 이날 흐름을 봤을 때 적어도 1이닝, 많으면 3이닝까지 던질 수도 있었다. 원태인이 제 역할을 하면서, 타선의 활약이 필요했던 시점. 마침 김헌곤이 선제 솔로포를 작렬했다. 기세를 탄 삼성은 무사 1,2루를 만들면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때 빗줄기가 다시 굵어졌다. 결국 심판진은 오후 9시24분께 경기를 중단했다. 힘겹게 넣어 놓은 방수포도 그라운드에 다시 깔렸다. 그라운드에 물이 고이는 등 빗줄기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40분을 기다린 끝에 주심은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충분히 손해로 볼 수 있다. 투구수 관리가 잘 됐던 원태인을 더 기용할 수 있었음에도 경기가 내일로 미뤄지면서 남은 4이닝을 불펜으로 막게 됐다. 쓰지 않아도 됐을 불펜을 사용해야 하는 삼성이다.
타선 흐름이 끊긴다는 점도 우려다. 삼성은 KIA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의 뒤를 이어 등판한 불펜투수 장현식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었다. 기세를 탄 시점에서 야속한 빗줄기가 삼성의 공격을 방해한 셈이다.
1차전은 내일(22일) 6회초 삼성의 공격부터 재개된다. 다만 22일에도 광주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경기가 제 시간에 열릴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