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대생의 휴학계 승인을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한 가운데 의료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의대생들이 정부의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한 지 8개월 만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9일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간담회를 개최한 후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 복귀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의료계와 대학에서 조건 없는 휴학을 승인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전제 조건으로 대학의 자율적 휴학 승인을 내건 바 있다. 당초 교육부는 내년 1학기에 복귀하는 의대생들에 한해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로써 교육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조건부 휴학’ 방침은 20여일 만에 철회됐다.
다만 정부는 이번 휴학 승인 조치가 동맹휴학을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일시에 모든 학생들이 휴학을 허락해 달라고 하는 상황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메시지는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방학 중에라도 의대 수업을 이어가 수업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진 휴학 여부가 확정돼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련 발표 직후 의료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제라도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내렸던 부당한 압박과 인권 침해를 거둬들이고 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복귀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로 변화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입장문을 내고 “대학은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제출한 휴학계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휴학 기간엔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상적으로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학회는 “협의체 참여를 두고 의료계 내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걱정도 이해한다”라면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는 불 보듯 명확하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에 참여해 명실상부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이뤄져 모든 당사자가 진정성을 갖고 논의에 임해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장이 되길 바란다”면서 “협의체가 의료계의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정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의대에 이어 학생들의 휴학계를 승인한 연세의대는 “교육부가 현실의 일부를 직면해 대학의 자율적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존중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현재 혼란의 원인이 된 2025년도 의대 정원 졸속 증원과 소위 ‘필수의료 패키지’를 즉시 폐기하고 그에 합당한 가능한 수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짚었다. 2026년 정원을 포함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도 요구했다.
의료계의 추가적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의대생과 전공의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손정호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적법한 휴학계를 승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면서 “여태껏 휴학계를 막고 있던 것은 교육부였음을 학생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외 변한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협의체 불참 입장을 견지한 채 “2025년도 증원이 철회되지 않으면 내년 봄에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