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안(탄핵안) 가결로 공석이 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대신 의협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놓고 4명의 후보자가 맞붙는다.
의협 대의원회는 12일 △박형욱 단국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이 비대위원장 선거 후보자로 등록했다고 공지했다.
지난 10일 임현택 회장이 자리에서 내려오며 치러지게 된 이번 비대위원장 선거는 전날(11일) 후보자 등록 공고가 올라온 후 12일 오후 3시까지 등록 신청을 받았다. 의협 비대위원장은 차기 의협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약 두 달간 의협을 이끌게 된다.
최종 입후보자가 발표되며 차기 회장 체제 전까지 누가 의협을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박형욱 교수는 각종 포럼, 토론회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전공의 등 젊은 의사와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교수는 “전공의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한 여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비대위 운영에 있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박 교수는 전공의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박 교수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정치 욕심 없이 여러 면에서 중도를 지키고 계시다고 판단하고 있고, 신뢰를 바탕으로 젊은 의사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젊은 의사들이 박 교수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며 남은 3명의 후보자도 전공의·의대생들과 협력하겠다고 피력했다. 주신구 회장은 “현재 의료계의 모든 이들은 투쟁의 동력이자 열쇠를 전공의와 의대생이 쥐고 있다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주력인 전공의·의대생이 앞장설 수 있도록 교수 직역을 포함한 모든 직역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보유한 서울시의사회의 수장인 황규석 회장도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들과 매월 모임을 갖는 등 전공의들과의 소통에 주력해왔다. 개원을 준비 중이거나 의료기관 취업을 준비 중인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 프로그램도 개최하기도 했다.
이동욱 회장은 “정부를 압박해 온 강력한 선도적 투쟁을 더욱 가열 차게 이어가겠다”라며 대정부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최근까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매주 토요일 ‘의료농단 규탄집회’를 주최하는 등 의협 안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은 이날 오후 8시 출마의 변을 밝힐 예정이다. 비대위원장 선거는 오는 13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며, 대의원 244명이 선거에 참여한다. 투표 결과는 당일 저녁 발표된다. 의협은 정관에 따라 보궐선거를 60일 이내 실시해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대의원회는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내 차기 회장 선거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