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심판 판정 불복…변상일, ‘기권’으로 LG배 우승

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심판 판정 불복…변상일, ‘기권’으로 LG배 우승

변상일, LG배 첫 우승…결승서 1국 패배 후 2연승
커제, 2국 사상 초유의 ‘반칙패’ 이후 3국은 기권패
‘심판 개입 시기’에 대해 항의한 커제, 판정 불복
중국바둑협회, “LG배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

기사승인 2025-01-24 10:08:29 업데이트 2025-01-24 10:24:05
변상일 9단(왼쪽)이 커제 9단에게 반칙승(2국)과 판정 불복 기권승(3국)을 엮어 종합 스코어 2-1로 승리하면서 LG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제공

‘심판이 없어도 되는 유일무이한 스포츠’를 자처해왔던 바둑이 메이저 세계대회인 LG배에서 판정 시비 논란을 겪고 있다.

한국 변상일 9단과 중국 커제 9단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펼친 제29회 LG배 결승 3번기가 바둑이 아닌 심판 판정으로 끝났다. 결승 1국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던 변 9단은 2국에서 ‘반칙승’, 3국에서는 심판 판정에 불복해 대국장을 나간 커제 9단의 ‘기권’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사실상 바둑을 두지 않고 2·3국을 연달아 승리했다.

지난 2국에서 커제 9단이 ‘사석(따낸 돌)’ 관리 규정을 두 번 위반해 경고 누적으로 ‘반칙패’를 당한 이후, 1-1 스코어에서 23일 펼쳐진 결승 최종국도 막판 파행을 빚었다. 이날 대국에서도 커제 9단은 2국에서 범한 규정 위반(사석을 사석통에 넣지 않는 행위)을 똑같이 반복했다.

한국기원 손근기 심판은 커제 9단의 반칙 직후 관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통역을 대동해 대국장에 들어섰다. 손근기 심판은 대국 진행을 멈추고, 사석 관리 규정을 위반한 커제 9단에게 벌점 2집을 부과했다.

문제는 커제 9단이 심판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확산했다. 커제 9단은 “심판이 대국을 중단하고 벌점을 부과한 시점이 대국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이었다”면서 “상대(변상일 9단)가 둘 차례인데 이 시점에 대국을 중단하는 것은 일종의 시간을 벌어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손근기 심판이 23일 오후 4시11분께 판정을 통해 변상일 9단의 승리를 선언했다. 한국기원 제공

오후 1시45분, 대국 개시 3시간45분 만에 커제 9단의 판정 불복으로 중단된 대국은 약 2시간30분여가 흐른 4시11분께 손근기 심판의 판정으로 종국을 맞았다. 손근기 심판은 “커제 9단이 155수에 ‘제18조 6항, 사석을 통의 뚜껑에 보관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규정을 위반했고, 이에 따라 대국을 중단하고 벌점 사유에 관해 이야기했으나 커제 9단이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제 9단은 대국을 포기했고 이에 따라 변상일 9단의 기권승을 선언한다”고 발표하면서 LG배는 변 9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서 ‘반칙패’가 나온 것도 최초이지만, 그 다음 경기인 최종국에서 연달아 판정 시비로 대국이 끝까지 진행되지 않고 ‘기권승’ 처리된 것 또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바둑협회는 “심판이 대국을 중단한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며 커제 9단의 의견에 동조한 뒤 “대국의 정상적인 진행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었고, 커제 9단은 심판의 과도한 간섭을 받아 계속 바둑을 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바둑협회는 “대회 주최측인 한국기원에 ‘재대국’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중국위기협회는 이번 LG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변상일 9단은 결승 시리즈 종합 스코어 2-1로 LG배 첫 우승과 함께 메이저 세계대회 2회 우승을 기록했다. 커제 9단에게 결승 1국 패배까지 7연패를 당해왔던 변 9단은 결승 2국 반칙승과 결승 3국 기권승으로 2승을 추가, 상대 전적은 2승7패가 됐다. 변 9단은 2023년 7월 14회 춘란배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세계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LG배는 지금까지 스물아홉 번의 대회에서 한국이 14회로 최다 우승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이 12회로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어 일본이 2회, 대만이 1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제29회 LG배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로 진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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