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공성 구조의 고분자 화합물인 하이드로젤은 자극에 따라 형태가 변해 약물전달, 바이오센서, 조직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온도나 pH 같은 환경 자극에 따라 물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며 부피가 변항는 자극-응답성과 생체적합성을 갖는다.
그러나 반응 속도가 느리고 구조 변형이 불규칙하며 복원성도 낮아 정밀 작동이 어렵고 실용화에 제약이 따른다. 아울러 기존 원형기공 중심 구조는 팽창 시 작동 방향이나 개폐 정도를 조절하는 정량적 제어가 어려웠다.
종이처럼 접히는 하이드로젤 기공
한국연구재단은 서울과학기술대 윤현식 교수팀과 서울대 이원보 교수팀이 공동연구로 하이드로젤 미세기공의 면 기반 접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미세약물 같은 입자를 정밀하게 방출할 수 있는 구조제어기술을 구현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종이접기에서 착안한 힌지와 면을 하이드로젤 기공 가장자리에 도입, 팽창 시 정해진 방향으로 접히도록 유도하는 하이드로젤 기공의 미세구조 설계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팽창하기 전 하이드로젤 기공에 꼭짓점을 초기 지정하는 방식으로 삼각형·사각형·육각형의 다각형태 기공을 설계, 면과 힌지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팽창 시 기공면이 일정 방향과 속도로 돌출되면서 기공의 개폐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외부 장치나 복잡한 제어시스템 없이 기하학적 구조설계만으로 하이드로젤의 작동 방향, 속도, 복원성 등을 동시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유한요소해석를 활용해 규명했다.
특히 접힘 정도를 정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반복적 팽창–건조 사이클을 10회 이상 수행한 후에도 초기 형태 대비 92% 이상의 복원율을 유지하며 우수한 구조적 성능을 입증했다.
실제 이를 바탕으로 5㎛, 20㎛, 50㎛ 크기 미세입자를 단계적으로 방출하거나 특정 구조만 남기는 암호화 기능도 구현했다.
이 기술은 기존 약물 전달시스템이 가진 일괄방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극에 따라 방출 시점과 양을 계획적이고 정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윤 교수는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약물을 자극에 따라 다단계·정량적 방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며 “향후 메타물질, 세포 조작, 마이크로 로봇 등 미세한 제어가 요구되는 차세대 응용 분야의 기반 기술로 발전시켜 세포기반 치료, 지능형 바이오센서, 정보보안 소자 등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인 ‘매터(Matter)’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