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AI 청사진에 대기업 웃는데…스타트업 “생존 위해 한국 떠난다”

장미빛 AI 청사진에 대기업 웃는데…스타트업 “생존 위해 한국 떠난다”

기사승인 2025-08-20 06:00:09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정부-이통사 AI 투자협력 선언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글로벌 3대 인공지능(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대기업 중심의 지원 구조에 스타트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장 기반을 찾지 못한 일부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로 본사 이전을 검토하는 이른바 ‘플립’ 현상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 IT 스타트업 직원은 19일 쿠키뉴스에 “정부 지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 회사도 내년 미국으로 본사 이전을 검토 중이다. 직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일명 AI 정예팀을 발표하며 총 2136억원의 예산을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인재 확보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선정된 5개 컨소시엄 가운데 업스테이지를 제외하면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 모두 대기업이다.

일부 IT 스타트업 기업은 정부의 대규모 AI 지원 속 사각지대에 머물며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 환경 악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AI 분야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7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9% 감소했다. 투자 금액도 3099억원으로 같은 기간 44.1% 줄었다. 이에 자국 법인이나 글로벌 법인 투자를 선호하는 미국 등 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플립을 선택하고 있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은 지난해 기준 186곳으로 2014년과 비교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139곳, 2022년 170곳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IT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 유치, 인재 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이 자국 기업을 대우해 주는 미국 등으로 떠나는 것은 AI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있던 현상”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유망 AI 스타트업 육성에 관한 대책을 세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부-이동통신사 AI 투자협력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이통 3사간 투자 방향 논의와 AI 투자 확대 협력을 위해 마련됐다.

올해 정부는 이동통신 3사의 KIF 모펀드에서 1500억원을 신규 출자해 총 3000억원 이상의 자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이 중 2400억원 이상을 AI 핵심‧기반기술과 AI전환(AX) 관련 유망 기업 육성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AI가 모든 혁신의 근원이 되는 가운데 투자 확대를 통해 혁신을 이끌 AI 기업들에게 성장 마중물을 제공할 것”이라며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민간과의 투자‧협력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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