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첸이 2.2기압 초고압을 구현한 ‘123 밥솥’을 내놓으며 잡곡 특화 전략으로 다시 한 번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체된 시장 속에서도 라인업 강화에 집중해 밥솥 본업 경쟁력을 키우고, 지난해 이룬 흑자 전환 기조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21일 쿠첸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국내 최고 2.2기압 초고압을 구현한 ‘123 밥솥’ 출시 기념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첫 TV 광고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재순 쿠첸 대표는 “시장을 성장시키고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꾸준한 기술 개발이 쿠첸의 진정한 경쟁력”이라며 “쿠첸의 기술력과 오랜 시장 경험이 담긴 이번 신제품으로 121 밥솥에 이어 다시 한 번 밥솥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쿠첸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쿠첸은 본업인 밥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이 뚜렷하다. 프리미엄 수요를 겨냥해 IH·IR·압력밥솥 라인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기술력과 디자인 차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정수기, 김치냉장고, 블렌더, 소형가전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는 경쟁사 쿠쿠와 대비되는 행보다. 특히 밥솥의 경우 신제품 출시 주기도 더 잦아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밥솥에 집중하며 단순 제품 경쟁을 넘어 ‘밥 문화’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2019년 설립한 ‘밥맛 연구소’를 통해 쌀·밥에 대한 전문 지식과 설계 기술을 연구하며,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해 소비자 취향별 밥맛 구현에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 2021년 2.1기압 초고압 기술로 이어졌다. 취사 온도를 121도까지 끌어올려 잡곡도 백미처럼 부드럽게 지을 수 있는 ‘121 밥솥’을 출시하며 건강식 수요 확대에 대응했다. 이번 123 밥솥은 그 연장선에서 기술 혁신을 한층 강화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신제품은 기존 121 밥솥에서 2도 올린 123도를 적용했다.
밥솥 사업은 쌀 소비가 줄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다른 주방가전에 비해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확장 역시 수요 기반이 크지 않은 데다 일본·중국·동남아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이는 한계가 지적된다. 그럼에도 쿠첸은 밥솥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서은영 쿠첸 마케팅본부 상무는 “내부적으로도 밥솥 시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소비자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건강을 위해 꾸준히 잡곡밥을 섭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밥솥 시장이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첸은 ‘잡곡’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 특화된 밥솥을 개발·출시했다”며 “실제로 2021년 이후 출시된 제품들이 모두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잡곡 특화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신제품 역시 ‘잡곡’에 초점을 맞췄다. 2022년 3가지 압력을 탑재한 ‘트리플 밥솥’, 2023년 쌀 품종·잡곡별 알고리즘을 적용한 ‘브레인 밥솥’, 지난해 출시한 ‘그레인 밥솥’에 이어 잡곡 특화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다.
123 밥솥은 국내 최고 수준인 2.2기압 초고압으로 123도의 취사 온도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잡곡밥 취사 시간이 기존 2.1기압 밥솥의 27분에서 19분으로 줄어든다(혼합잡곡 쾌속 메뉴 기준). 백미밥 역시 백미쾌속 기준으로 10분 만에 취사가 가능하다. 또 잡곡 취사 시 일반적으로 상온에서 약 2시간 불려야 하는 병아리콩도 123 밥솥의 불림 1단계 기능을 활용하면 단 10분 만에 부드럽게 불릴 수 있다. 식감 역시 개선돼 기존 2.1기압 제품 대비 서리태는 42%, 귀리는 36%, 현미는 7% 더 부드럽게 조리된다.
쿠첸은 이번 신제품을 앞세워 지난해의 흑자 전환 기조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쿠첸은 지난해 매출 1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39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스테인리스 내솥 밥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속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해당 제품군은 지난해 총 157% 성장했고, 4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9% 급증했다. 스테인리스 밥솥은 지난해 전체 밥솥 매출의 35%를 차지했다.
박재순 대표는 “매출 규모에 비해 매년 새로운 제품을 내려다보니 개발비, 광고비 부담이 컸다. 올해는 이번 신제품이 효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현재 시장 시그널도 좋다"며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에 비해 부진하지만 이번 제품이 뒷받침해주면 '쿠첸 121'에 비해 매출 최소 1.5배 이상은 따라가서 이번에도 흑자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